‘마약 간이검사기’ 암암리 판매…“음성 나올때까지 경찰 출석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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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검사해보고 양성이 나오면 머리카락을 탈색하거나 아예 밀어버리세요."
이달 9일 마약 관련 정보를 주고 받는 텔레그램 단체 익명 대화방에서 기자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는 글을 올리자 한 참여자가 "마약 간이 검사기를 사서 미리 검사해 보라"며 이 같은 조언을 건넸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간이 검사기로 미리 검사해본 뒤 결과를 토대로 의뢰인과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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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 마약 관련 정보를 주고 받는 텔레그램 단체 익명 대화방에서 기자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는 글을 올리자 한 참여자가 “마약 간이 검사기를 사서 미리 검사해 보라”며 이 같은 조언을 건넸다. “어디서 검사기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묻자 다른 참여자가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ID)를 알려줬다.
연결된 판매자는 “현재 경찰에서 사용 중인 간이 검사기를 개당 15만 원에 판매한다”며 “간이 검사기 3개를 구입해 받은 직후, 사흘 후, 조사 직전 검사를 해 보라”고 했다. 다른 판매자는 “미리 검사해보고 음성이 나올때까지 수사기관 출석을 미루면 된다”고도 했다.
최근 마약 관련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마약 간이 검사기를 거래하며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는 편법이 공유되고 있어 수사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 경찰 사용 제품 암암리 판매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된 검사기를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건 불법이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에 납품되는 외국 제조사 A 제품은 국내에서 의료기기로 분류돼 있지만 개인에게는 판매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해외직구로 구입하는 건 불법이지만 경찰 조사를 앞둔 이들 중 상당수는 해외 직구로 구입하거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구한다고 한다.
해당 제품의 경우 소변에서 마약을 검출하는 데 5분 가량 소요되는데 정확도는 70~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양성이 나올 경우 출석을 여러 차례 미루면서 염색 제모 등의 조치를 취한 후 경찰에 출석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간이 검사기를 통해 수사망을 피해가는 수법이 퍼지면서 갈수록 수사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간이 검사기는 변호인들이 제공하기도 한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간이 검사기로 미리 검사해본 뒤 결과를 토대로 의뢰인과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부 법무법인은 “자체 보유 중인 간이 검사기를 사용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홍보도 한다.
일부 간이 검사기는 온라인으로 1만~2만 원 정도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간이 검사기 중 일부가 의료가 아니라 수사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식약처 허가를 안 받고 수입 후 유통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마초, 필로폰, 케타민, 엑스터시 등 마약류 4종을 검사할 수 있는 간이 검사기를 온라인에서 2만 원에 주문하니 사흘 만에 제품이 도착했다.
●“검사기 판매·유통 엄격하게 관리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마약사범들이 마약 간이 검사기를 이용해 수사를 회피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검사기가 수사 기피 용도로 악용되는 걸 막을 수 있도록 판매 및 유통을 규제하며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묵 마약류중독재활센터장도 “간이 검사기를 구입하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마약 혐의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다만 간이 검사기 구매가 어려워질 경우 단약 증빙 목적 등으로 검사기를 활용해 온 이들의 불편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병원이나 무료 검사를 제공하는 구청을 찾아가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간이 검사기 악용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조 목적에 따라 의료기기 여부를 판단하다보니 수사용 검사기가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고 거꾸로 수사 기피용으로 사용되는 실정”이라며 “의료 목적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경우 의료기기로 분류해 유통을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지원 인턴기자 연세대 문화디자인경영학과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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