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시술비 무제한 지원, 셋째 낳으면 1000만원 주는 회사

조백건 기자 2023. 11. 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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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 낳게 하는 일터] 매일유업
난임 치료 비용 무제한 지원 등 ‘친(親)육아’ 정책을 편 매일유업이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회사의 이런 혜택을 받아 출생·육아를 한 직원들이 2023년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매일유업 본사 휴게실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뒤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희권, 김현호, 박정은, 윤수빈, 이재원, 임은혜, 호예담, 이초롱, 김윤정씨. /남강호 기자

매일유업 직원 김은경(34)씨는 유음료 상품 운영팀에서 일하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부서다. 하지만 그는 매주 화·금요일 이틀간 재택근무를 한다. 그날은 남편이 회사 일로 정신 없는 날이어서 그가 집에서 일하며 딸(5)과 아들(1)의 어린이집 등·하원 등을 책임진다. 김씨는 “첫째와 둘째가 태어났을 때 각각 3개월의 출산휴가와 1년간의 육아휴직을 다 썼다”며 “육아를 위한 휴직과 재택근무를 회사가 적극 권장하고 있어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 딸을 임신했을 땐 매일유업이 운영 중인 ‘베이비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남편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도 홍천의 한 리조트에 가서 아기와 소통하는 방법과 자장가 등을 배우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다. 아기가 태어났을 땐 한 명당 330만원의 출산 축하금을 받았고, 분유와 이유식도 모두 회사에서 지원받았다. 김씨는 “육아를 적극 지원하는 우리 회사의 환경을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며 “셋째도 낳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2009년 여성가족부가 선정하는 가족 친화 경영 인증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식품업계 최초였다. 이후 올해까지 14년간 연속 인증을 받았다. 매일유업 임직원의 합계 출산율은 1.31명이다. 작년 한국 합계 출산율(0.78명)의 거의 두 배다. 이 회사에서 자녀가 있는 임직원 가운데 아이를 세 명 이상 둔 경우는 13%다. 한국 전체 유자녀 가구 중 3자녀 이상 가구 비율(7.4%)의 1.8배다.

비결은 매일유업의 다양한 ‘친(親)육아’ 정책이다. 매일유업은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에게 난임 시술비를 무제한 지원한다. 기존에는 난임 시술 한 회당 100만원씩 최대 3회까지 지원했지만 올 9월부터는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원한다.

매일유업 경북 경산 공장에서 일하는 정성훈(47)씨 부부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2019년 10월 딸(4)을 낳았다. 정씨는 “2년 넘게 아이를 가지려고 했는데 생기지 않아 3~4차례 사비를 들여 난임 시술을 받았다”면서 “이후 회사 지원을 받아 시험관 시술을 3회 했는데 이를 통해 아내가 지금의 딸을 임신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회사의 지원은 우리 같은 난임 부부에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며 “요즘은 딸 재롱 보는 재미에 산다”고 했다.

아기를 낳으면 ‘출산 축하금’을 지급한다. 작년까지 첫째와 둘째는 330만원씩, 셋째부터 530만원을 줬지만 올해부터 액수를 올렸다. 첫째 400만원, 둘째 600만원, 셋째부터는 1000만원이다. 아기가 먹을 분유와 이유식도 지원한다. 직원들은 회사의 근무 시스템이 육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유업은 자녀를 기르는 직원을 위해 평일 5일 중 2일을 집에서 근무할 수 있는 ‘육아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또 출퇴근 시간을 2시간 정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차 출퇴근제(유연 근무제)’도 활성화돼 있다. 아침 출근을 1시간 늦췄다면 퇴근을 1시간 늦게 하는 식이다. 육아를 위해서라면 평일 5일 중 이틀은 재택근무를 하고, 나머지 사흘은 유연 근무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정희권(42) 상하목장 마케팅사업부장은 내·외부 회의가 많은 부서장임에도 매주 월요일마다 유연 근무제를 이용하고 있다. 월요일에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한다. 그는 “맞벌이하는 아내가 월요일엔 바쁘다 보니 그날은 출근 시각을 늦춰 첫째 아들(7)과 둘째 딸(3)에게 아침을 챙겨주고 등교·등원 준비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를 제외한 우리 부서원 5명 전원은 일주일에 1~2회의 육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며 “저도 팀장 되기 전까진 이렇게 했었고 지금도 한 달에 2번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볼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자녀 보험·학자금 지원 제도도 빼놓을 수 없다. 자녀가 태어났을 땐 자녀의 단체 실비 보험 가입을 해주고, 장애 자녀가 있을 시 만 18세까지 지원금을 연간 200만원 지급한다. 대학생 자녀의 경우 6개월마다 350만원의 학자금을 준다.

김환석 매일유업 대표는 “기업도 부모와 같이 출산과 육아를 담당해야 한다.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할 육아 파트너(Parenting Companionship)로서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에 있다”며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결혼과 출산,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고 삶의 질이 더욱 개선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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