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배상금 놓칠 수 없다”…‘지진 소송’ 줄 서는 포항시민
지진 피해를 본 경북 포항시민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위자료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이후 포항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지진 당시 포항에 주소지를 둔 시민이면 누구나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련 소송을 맡은 시민단체와 법무법인 사무실로 매일 수백명이 몰리고 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는 전날 기준 소송인단 모집 건수가 2만3000건을 넘어섰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16일 법원 선고 이후 소송인단 모집을 시작한 지 7일 만이다.
소송을 이끈 모성은 범대본 공동대표는 “온라인 등을 통해 하루에 3000~4000명이 신청하고 있다”고 했다. 지진 관련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내년 3월20일이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민사부는 지난 16일 지진 피해를 본 포항시민 5만여명이 국가와 포스코·넥스지오 등 업체 5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1인당 200만~300만원씩의 위자료를 줘야 한다”고 선고했다.
2017년 11월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과 2018년 2월11일 규모 4.6의 여진을 모두 겪은 시민에게는 300만원, 두 지진 중 하나만 겪은 시민에게는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다. 지진이 발생한 지 5년1개월 만에 나온 결과로 법원은 지열발전 사업으로 인해 지진이 발생했다고 봤다.
범대본을 통한 소송은 1인당 변호사비 3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1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성공 보수 5%를 떼더라도 13만~18만원을 들여 200만~3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진 당시 포항 인구는 51만명으로 시민 모두가 소송에 참여하면 위자료 총액은 1조5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범대본 사무실을 찾아 소송에 참여한 김모씨(60대)는 “서류를 내기 위해 4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포항시에도 관련 문의와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소송에 필요한 서류에 주민등록초본이 포함돼서다. 포항시에 따르면 판결 전인 지난 13일과 14일 주민등록초본 발급 건수는 각각 662건, 622건이었다. 하지만 판결 이후인 20일과 21일에는 각각 1만2197건, 1만2042건으로 19배 넘게 급증했다.
무분별한 소송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에서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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