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막히고 김기현·인요한은 앞길 트고
혁신안, 지도부 반발에 표류
김, 비대위 전환 위기 넘겨
인, 통합·포용 이미지 각인
새 최고위원엔 김석기 선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임명한 지 23일로 한 달이 됐다. 한 달 동안 혁신위가 내놓은 불출마 요구 등 혁신안은 당 지도부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의 반발 속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 카드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불거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위기를 넘기고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인 위원장은 혁신과 포용 이미지로 본인을 각인시켰다. 혁신위 한 달이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비판적 공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혁신위는 23일 내년 총선에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와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신설 등이 담긴 5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2차 혁신안 발표 때 함께 권고했던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 측근의 불출마·험지출마를 다음주 정식 혁신안으로 의결하기로 했다.
뒤늦게 불출마·험지출마 요구를 혁신안으로 승격시켰지만 당에선 관심을 끌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의 요구에도 김 대표, 장제원 의원 등 누구도 수용하지 않은 채 한 달이 지났다. 1차 혁신안인 윤리위원회 징계 해제는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반발을 샀다.
당 지도부는 2차 혁신안부터 의결도 나중에 하겠다고 미뤘다. 청년 비례대표 50% 할당을 담은 3차 혁신안, 전략공천 원천 배제를 담은 4차 혁신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혁신위는 2개월인 활동 기간을 줄여 다음달 중순 해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으로부터 불출마·험지출마 압박을 받고 불쾌감을 표하며 갈등을 빚었지만, 혁신위 덕에 비대위 전환 위기를 넘겼다. 혁신위와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 이슈를 띄워 비대위 주장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다는 것이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이용 의원이 “비대위는 안 된다. 김 대표 체제로 뭉쳐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이 의원 발언에 윤심(윤 대통령 의중)은 김 대표 체제 유지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날 당 전국위원회에선 김재원 최고위원이 사퇴한 자리에 김 대표와 가까운 김석기 의원이 선출됐다.
인 위원장은 통합·포용과 혁신 이미지를 강화해 향후 정치 행보의 주춧돌을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과의 관계도 좋게 유지했다. 하지만 비윤석열계에선 진짜 필요한 혁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미덥·이두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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