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김기현 체제 끝까지 가야" vs 혁신위 "내주 불출마 안건 최고위 송부"

김민순 2023. 11. 2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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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지도부·인요한 혁신위 기싸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내년 총선 앞 '희생' 권고를 둘러싼 김기현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기싸움이 다시 불을 뿜고 있다. 혁신위의 당 지도부·친윤석열계 핵심·중진 등을 겨냥한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에 김기현 대표를 포함한 친윤계가 버티기와 무반응으로 일관하자, 혁신위가 다음 주 당에 지도부 등의 희생을 공식 안건으로 요구하기로 맞불을 놓으면서다. 지도부를 향해 희생 혁신안에 대한 배수진을 친 것이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총에서 김기현 체제를 옹호하는 발언이 나왔다. 친윤계 초선 이용 의원은 "최근 희생을 강요하고 당과 지도부를 흔드는 일이 심해졌다. 비대위가 공공연히 거론된다"며 "비대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고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김기현 대표 체제로 끝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분열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의 희생정신이 있어야 한다. 누구는 희생을 하고, 누구는 반사이익을 얻는 혁신이 되면 국민들은 다툼으로만 본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혁신위의 희생 권고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 의원의 발언은 지당하신 말씀"이라며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지도부를 흔드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 김 대표를 중심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당선인 수행실장을 지낸 터라, 의총 등에서 그의 발언은 줄곧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날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한 초선 의원은 "이 의원 발언이 용산(윤 대통령) 의중을 곧이곧대로 전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김 대표를 옹위해 공천받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이 의원 개인 생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혁신위 권고를 거부하는 것이 대통령 의중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의 발언은 김 대표가 이날 전국위원회에서 김재원 전 최고위원 후임을 대구·경북(TK) 출신 김석기 의원으로 채운 시점에 나왔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회 전환 요건으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의 사퇴로 규정하는데, 김 대표가 공석을 메워 현 지도부의 비대위 전환 가능성을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게다가 현 지도부의 영남색까지 강화했다. 김 대표는 20일 자신과 같은 울산을 지역구로 둔 친윤계 박성민 의원을 통해 '지역에 남아달라'는 취지의 여론을 청취하면서 지역구 출마 고수를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혁신위 권고에 입지가 불안해진 김 대표가 스스로 임명한 혁신위의 힘을 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오늘로 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당일로 돌아갔다"고 우려했다. 한 중진 의원은 "정치 경험이 없는 혁신위가 미숙한 운영을 한 건 맞다"면서도 "(김 대표가) 혁신위 활동을 끝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인요한(왼쪽)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김태흠 충남지사와 면담한 뒤 함께 청사를 나서고 있다. 홍성=연합뉴스

'한계론' 속 인요한 "당에 격앙된 절박한 심정 전달"

한편, 희생 권고 이후 당내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혁신위도 한계에 부딪혔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이를 의식했는지 인 혁신위원장은 이날 김태흠 충남지사를 만나 '우군' 확보에 나섰다. 김 지사는 "(인 위원장이) 중진들, 윤핵관으로 일컬어지는 분들이 험지로 나가든, 불출마를 하든, 용퇴하든, 당을 위해 희생과 헌신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신 말씀은 당연한 말씀"이라며 "혁신위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위원장님이 논개처럼 다 끌어안아 버리라"고 힘을 실었다.

당 지도부의 비협조와 무반응에도 혁신위는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를 거두지 않을 태세다. 인 위원장은 이날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 후 "굉장히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상당히 격앙된, 아주 절박한 심정이었다는 것을 전달해야 할 것 같다"며 "일단 한 주 시간을 더 주고 다음 주 정식 의결해 최고위로 송부하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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