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이라면 보편 인권 개념 갖춰야”…이충상 혐오발언 직격한 국제 인권기구
“인권기구는 정부 부처 아냐”
인권위원 임명 절차 등 비판
제럴드 조지프 아시아 국가인권기구 감시네트워크(ANNI) 의장이 23일 “인권위원이라면 인권 보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17년간 아시아 각국의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해온 비정부기구(NGO)인 ANNI는 지난 7월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의 발언 등에 대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위원회 결정에 반영하려 시도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공개서한을 송두환 인권위원장에게 보낸 바 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파리원칙 3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 참석 차 방한한 조지프 의장을 만났다. 2006년 설립된 ANNI는 인권위가 의장을 맡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국가인권기구연합(APF)과 함께 활동해온 NGO로 23개국 85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조지프 의장은 ANNI가 지난 7월 송두환 인권위원장에게 이 위원 관련 서한을 보낸 데 대해 “정말 양보해서 정치인,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혐오발언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권기구에서 혐오발언이 나온 것은 ‘쇼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위원이라면 한국 사회에 있는 다양한 집단이 보편적 인권 원칙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찾아오는 시민들이 상처받는 말이나 차별적 언어를 듣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조지프 의장은 “모든 인권위원이 인권 감수성이 뛰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입을 열기 전 내부에서 공통된 입장을 합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모든 인권위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인권위원이라는 직함을 갖게 된 이상 우리가 배운 가치를 인권 개념에 비춰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프 의장은 인권기구가 정부 부처나 정치인 등 특정 세력의 방향성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했다. 조지프 의장은 “인권기구는 독립기구이지 정부 부처가 아니다”라며 “인권기구는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인권침해 피해자 처지에서 생각하고 세계인권선언에 따라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
조지프 의장은 인권위원 임명권을 가진 정부가 ‘편한 사람’을 임명하고자 하는 유혹을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원 인선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발간된 ANNI 보고서에서 한국 인권위의 독립성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을 기록해 모니터링 대상 아시아 11개국 중 5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조지프 의장은 “문제는 임명 절차”라며 “한국에는 국회 인사청문회, 대통령 임명 등 절차가 있지만 국회, 대통령, 대법원 중 한 곳이 임명에 모든 권한을 가져선 안 된다는 게 평가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국회(4명), 대통령(4명), 대법원장(3명) 등이 인권위원 후보자를 지명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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