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창] 가짜뉴스 나비효과와 부메랑

한대광 기자 2023. 11. 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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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단순하게 표현하면 서울 한복판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서 만든 바람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처음의 방향과 파장이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용어를 꺼낸 이유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언행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방송통신 정책을 관장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그는 지난 8월28일 취임식에서 공영방송 구조개혁과 가짜뉴스 척결을 선언하는 ‘날갯짓’을 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가짜뉴스 척결에 대해 “포털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와 이로 인한 선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 요소”라며 “엄단하겠다”고 했다.

실세 기관장의 한마디에 방통위는 9월6일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해 가짜뉴스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후속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근거나 기준이 없다. 사회적 합의도 없다. 특히 방통위는 언론사가 출고한 기사에 대한 판단과 제재 권한이 없다. 언론계는 물론 곳곳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급한 처방이 나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방심위는 방통위와 별개의 민간독립심의기구다. 방송과 통신으로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심의 권한을 갖고 있다. 정부기관이 직접 언론보도를 심의하면 ‘국가 검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심의기구(방심위)와 행정기구(방통위)를 분리 운영해오던 터이다.

방통위와 방심위는 같은 달 13일 회의를 열었다. 방심위에 가짜뉴스 신고 창구를 마련해 신속심의와 후속 구제조치를 원스톱으로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가짜뉴스 심의와 제재는 방심위로 어물쩍 넘어갔다.

방심위는 급하게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 행사까지 열었다. 그러나 ‘이동관식 가짜뉴스 척결’은 더 복잡한 논란에 빠지고 말았다. 방심위는 뉴스타파 보도를 심의하기 위해 인터넷 언론까지 가짜뉴스 심의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언론의 설립 근거는 신문법에 있고, 특별법인 언론중재법에 따라 피해자 구제 절차(정정·반론 보도)를 하고 있어 방심위가 처분할 수 없다.

방심위 내부에서도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팀장 11명이 내부망에 “일방적 의사결정을 지양하고 입법적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는 팀장을 제외한 평직원 4명 전원이 “불명확한 책임 소재와 월권적 업무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원래 부서로 돌려보내 달라고 노동조합에 고충을 냈다. 법적 근거도 없는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전체 평직원 200명 중 150명이 고충을 제기한 직원들에 공감한다며 서명에 나서기도 했다.

방심위 심의전담센터에는 900여건의 안건이 접수됐다. 방심위는 격화되는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기사 2건만 심의했다. 그러나 결과는 ‘맹탕’이었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지난 8일 뉴스타파 보도를 삭제나 접속차단하는 대신 뉴스타파가 언론사 설립을 신고했던 서울시에 신문법 위반사항 검토를 요청하기로 의결했다. 방심위는 “뉴스타파 보도가 악의적으로 편집·조작된 허위 정보”라면서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방심위 내부에서 문제제기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리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제 공은 서울시로 넘어갔다. 그러나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이동관식 가짜뉴스 척결’은 더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서 신문사나 인터넷 언론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한 명뿐이다. 서울시가 언론사에 대한 등록취소를 하려면 신문법에 따라 ‘발행 목적과 맞지 않는 현저한 (보도)행위’가 ‘상당 수준 반복’될 경우에 국한되어 있다. 수사권도 없기 때문에 이를 서울시가 입증할 수도 없다. 등록취소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록이 취소된 경우는 2015년 2월 한 차례뿐이다. 당시에도 대법원 판결이 주된 근거가 됐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가짜뉴스 척결’은 이처럼 곳곳에서 잡음과 혼란만 만든 채 용두사미 격으로 초라하게 막을 내릴 수도 있다. 나비효과는 없는 셈이다. 게다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탄핵’까지 당론으로 정한 상황이다. 나비효과 대신 자신의 자리를 내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한대광 사회에디터

한대광 사회에디터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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