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올행정망·주민증 이어 조달청 ‘1시간 먹통’…“특정국가 IP서 집중접속”

김대기 기자(daekey1@mk.co.kr), 정호준 기자(jeong.hojun@mk.co.kr),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2023. 11. 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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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무인발급창구가 국가정보자원 네트워크 장비 오류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2023.11.17 [사진=연합뉴스]
국가전산망에 대한 오류가 잇따르면서 정부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정부24’와 ‘새올 지방행정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하더니, 22일 주민등록증 발급시스템에서 문제가 생겼고, 23일에는 조달청 나라장터 오류까지 일주일도 채 안돼 3차례나 국가전산망 장애가 연달아 발생했다. 이처럼 국가전산망이 연일 문제가 터지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그 원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3일 나라장터 전산망 장애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평소보다 다소 많은 집중 접속이 이뤄져 일시적으로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함께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도 “오전에 국내에서 나라장터 입찰 관련 다량 접속이 있었고, 아울러 해외 특정 IP에서 조달청 나라장터로 집중 접속을 해 일시적인 과부하로 인한 일부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의 민원업무를 ‘올스톱’시켰던 지난 17일 ‘지방행정전산망’ 장애의 경우, ‘네트워크 장비 오류’라고만 밝히며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시스템 불안이 감지되면서 국가전산망 관리를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희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초연결사회에서 IT 시스템 장애는 상존하고 막을 수도 없기 때문에 시스템 장애 가능성을 감안해 피해가 크지 않도록 복원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그러기 위해선 우리나라 SW 업체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를 세심하게 파악해 땜질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폐쇄적인 행정전산망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가전산망의 핵심은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다. 나라장터는 정부의 각종 조달 업무를 처리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으로 구축은 조달청이 했지만, 서버는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통해 운용한다. 이러한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에 클라우드를 비롯한 민간 신기술을 도입해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분산처리를 비롯해 이중, 3중 안전 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민간하고 교류를 꺼리는 ‘깜깜이 운영’으로 일관하고 있어 비상 사태 발생시 대응 능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디지털 혁신을 앞당기고 정보시스템 구축 시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 이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공공부문 클라우드 이용률은 18.0%(3100개)로 전년보다 4.7%포인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은 14.5%(449개)로 오히려 0.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전체 공공부문 클라우드 이용률이 상승한 이유는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시스템 도입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클라우드를 이용한 3100개 공공 시스템 중 국자원 시스템을 도입한 비율은 49.2%(1526개)에 달했다.

아울러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는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후진적인 발주 관행’을 꼽는다.

대가없는 과업 추가와 잦은 업무 변경은 기업에 피해를 끼치고, 공공 정보화 사업의 품질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업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공공 정보화 사업은 대개 2~3년 장기간 걸쳐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많다. 정부와 기업이 처음부터 사업 전체를 예상해 설계하고, 프로젝트 계약을 맺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업 초기 검토하지 않았던 신기술을 도입해야할 필요성이 생길 수 있고, 발주처인 정부의 요청으로 과업을 변경해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가 없는’ 과업 변경이다. 발주처가 갑자기 추가 업무를 요청해놓고 제대로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경우다. 기업은 추가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지만 정작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손해를 보는 구조다. 초기 제안요청서와 달리 과업 내용과 구축기간이 수시로 바뀌는데 이에 대한 추가 수당 지급은 미미한 실정이다. SW 기업 관계자는 “공공 정보화 사업은 정부 사업을 수행해본 경험이 있다는 사업 실적(레퍼런스)을 얻는 것 이외엔 큰 메리트가 없다”라며 “과업이 수시로 바뀌고 늘어나지만 대가를 제대로 받기 어려워 손해를 보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미국은 SW 정보 시스템을 자산 개념으로 바라보는 반면 한국은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SW를 비용 절감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 탓에 사업 요율 또한 묵시적으로 깎으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기업도 공공 SW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르면 연내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13년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를 제한했지만 결과적으로 ‘쪼개기 발주’ 등을 양산해 안정성을 위협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김대기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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