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개 30년] ‘강남 사람들’의 국회⋯ 국회의원 재산 전수 분석
1993년 9월 7일,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이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보에 공개됐다. 이후 30년 동안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고, 공직 기강과 윤리를 바로잡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뉴스타파는 재산 공개 30년을 맞은 올해, <뉴스타파 공직자 재산 정보>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30년간 공직자 재산 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공직자 재산 30년 치 자료를 바탕으로 공직자들의 계층 변화의 양태와 이들의 재산 축적과 형성 과정에서 확인되는 사회·경제적 함의를 추적하는 연속 보도를 한다.
뉴스타파는 고위공직자 중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재산을 우선 분석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딛고 서 있는 물질적 기반은 어디인지. 또 이들이 속한 사회경제적 계층은 어디인지 세밀하게 들여다 봤다. 이를 통해 국회가 전체 국민의 이해관계를 골고루 대변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먼저 국회의원의 재산 분포를, 같은 해 국민 재산 분포와 비교했다. 국회의원 재산 분포는 1993~2023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가공해 얻었고, 국민 재산 분포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가구당 순자산 분위별 경계값’을 이용해 구했다. 다만,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만 있어, 이 기간으로만 분석했다.
국회의원 70.6%는 한국 상위 10% 부자
두 데이터의 분석 결과,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재산이 한국 상위 10%에 해당하는 국회의원은 70.6%에 달했다. 국회의원 300명 중 2/3가 조금 넘는 212명이 상위 10% 부자라는 뜻이다. 2022년 기준으로 가구 순자산이 10억 8천만 원 이상이면, 한국 상위 10%에 들어간다.
재산이 한국 상위 20%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비중은 13.8%였다. 상위 10%와 상위 20% 구간을 합치면 84.4%에 달했다. 재산 규모가 작은 층으로 갈수록 국회의원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재산이 중앙값 이하(하위 10%~50%)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비중은 4.2%에 불과했다. 국회의원 300명 중 13명만이 경제적인 면에서 국민 중간 수준 이하라는 뜻이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한국 상위 10%에 포함되는 국회의원 비중은 보수계열 정당의 의원이 81.5%, 민주당 계열이 62.1%, 진보계열이 14.3%였다.
여기서 ‘보수계열’은 국민의힘과 그 전신(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을 가리킨다. ‘민주계열’은 더불어민주당과 그 전신(민주통합당,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등)을 뜻하고 ‘진보계열’은 정의당과 그 전신(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등)을 말한다.
시간이 갈수록 국회의원 중 최상위층 부자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국회의원 중 한국 상위 10%에 해당하는 비중은 2012년 80.1%였으나, 2022년 64.4%로 줄었다. 같은 기간 상위 20%는 12.7%에서 12.8%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고, 상위 30%는 3.8%에서 10%로 늘었다.
이런 변화는 지난 30년간 전체 고위공직자 재산변화 추세와 유사하다. 일반 국민과 고위공직자 사이의 상대적 격차(배율)는 점차 줄고 있다. (관련 기사 : 공직자 평균 재산 30년간 9억 늘었다)
이 기사에서 다루는 ‘국회의원 재산’에는 본인과 배우자, 생계를 함께하는 부모와 자녀의 재산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일반 국민 재산과 비교할 때는 ‘가구’ 또는 ‘세대’ 단위로 재산을 비교했다. 따라서 비교의 범주가 온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번 분석의 한계다.
국회의원 절반은 다주택자, 무주택은 11%에 불과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원도 재산에서 부동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뉴스타파는 1993~2023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 중 ‘재산 세부내역’을 추출할 수 있는 2006~2023년 자료를 바탕으로, 국회의원들이 소유한 주택과 토지 정보를 분석했다(토지 정보는 기술적 한계로 2008년부터 분석).
분석 결과, 국회의원들은 일반 국민보다 주택을 많이 소유하고 있었다. 2006~2023년 국회의원이 소유한 주택은 1인당 연평균 1.7채였다. 국회의원 중 무주택자는 10.5%, 1주택자는 39.4%, 2주택 이상은 50%였다(이중 3주택 이상은 17.9%). 이런 분포는 일반 국민의 주택 소유 실태와 큰 차이를 보인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대한민국에서 무주택 가구는 43.8%, 1주택 가구는 41.6%, 2주택 이상 가구 비율은 14.7%를 차지한다.
특히 국회의원은 일반 국민에 비해 무주택 가구가 훨씬 적고(10.5% vs 43.8%)과 2주택 이상 가구가 월등히 많았다(50% vs 14.7%). 정당별로 2주택 이상 국회의원의 비중을 살펴보면, 보수계열 54.7%, 민주계열 46.6%, 진보계열 31.5%였다.
‘강남 3구 집주인’ 국회의원 연평균 78명
국회의원들은 어느 지역에 집을 가지고 있을까. 집이 있다고 그 지역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이해관계를 함께 한다고 볼 수는 있다. 그래서 거꾸로 ‘지역’을 기준으로 국회의원의 수를 세어 봤다.
전국 시군구 단위로 2006~2023년 지역별 국회의원 수를 살펴봤다. 상위권은 모두 서울과 경기에 있었다. 1위는 서울 강남구로 연평균 40명이었다. 매년 국회의원 300명 중 40명씩은 강남구에 집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2위는 서울 서초구로 33명, 3위는 서울 영등포구로 12명이었다. 그 뒤로 경기 성남시, 고양시, 서울 용산구로 각 10명이었다. 이어서 서울 송파구가 9명이었다.
이른바 ‘강남 3구’ 중 한 곳이라도 주택을 소유한 국회의원 수는 연평균 78명이었다. 2023년 현재 강남 3구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수는 총 8명으로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3%에 불과하다. 하지만 본인이나 배우자, 생계를 함께하는 부모 및 자녀가 강남 3구에 주택을 소유해 긴밀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회의원은 그 10배에 가깝다.
본인 지역구에는 전세, 강남에는 집 소유?
국회의원 중 강남 주택 소유자의 특성을 더 살펴봤다.
2023년 기준, 강남 3구에 집을 보유한 현역 국회의원은 46명이었다. 그중 강남 3구가 지역구인 의원은 3명뿐이었다. 나머지 43명은 비례대표(8명)이거나 다른 지역에서 선출된 국회의원(35명)이었다.
타지역 국회의원 35명 중 7명은 강남과 본인 지역구에 모두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강원 강릉)은 강남구와 강릉시에 각각 집을 1채씩 갖고 있고,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충남 서산태안)도 강남구와 서산시에 집을 1채씩 보유하고 있다.
35명 중 28명은 강남에만 집이 있었다.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전세만 있거나(24명) 아예 집이 없었다(4명). 김진표 국회의장(경기 수원 무)의 경우, 강남구에 본인 명의의 집이 있고 수원시에 배우자 명의로 전세 임차권이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제주시을)도 서울 강남구에 아파트가 있고 제주에는 사무실 전세만 있다.
투자 목적이든 실거주 목적이든, 이렇게 많은 국회의원과 인연을 맺고 있는 지역은 강남뿐이다. 재산의 상당부분, 또는 가족이 머무르는 장소인 ‘집’을 강남에 둔 이들을 ‘강남 사람’의 정체성을 띠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우리는 다수의 강남 사람들을 우리의 대표자로 뽑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같은 서울이지만 2006~2023년 금천구에 집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연평균 1명에 불과했다. 서울 중랑구, 중구, 강북구도 연평균 2명 수준이다. 전국으로 시야를 넓히면 경기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군구에서 국회의원 1~3명 수준이었다.
국회의원 1인당 토지 4724평 보유, 일반인 8배
국회의원들은 토지 보유 규모도 일반인보다 크다. 2008~2023년 국회의원 1인당 연평균 토지 보유면적은 1만 5616㎡(4,724평)에 달했다.
국민 평균과 비교하면 8배 규모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토지소유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한국인은 세대당 평균 1,959㎡(593평)의 토지를 보유했다(참고로 토지보유자 중 상위 10% 세대가 전체 면적의 77.8%를 보유).
다만 국회의원들이 보유한 토지 중에는 임야가 많았다. 임야는 농경지나 대지 등 다른 용도의 토지보다 면적당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 외지인 거래 제한이 없는 등 매입이 쉽다. 전체 국회의원 보유 면적 중 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달한다. 전국의 개인소유 토지 중 임야가 58%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가장 넓은 땅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김세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부산과 경남 양산에 약 84만㎡ 규모의 땅을 보유했다(2020년 기준, 가액 140억 8,048만원). 두 번째는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경북 봉화에 약 50만㎡ 토지를 가지고 있다(2020년 기준, 가액 5억 7,760만원). 두 사람이 보유한 토지 면적의 90% 이상은 임야다.
정당 계열별로 2008~2023년 1인당 연평균 토지 소유면적을 살펴보면, 보수계열 1만 9,378㎡, 민주계열 1만 888㎡, 진보계열 6,000㎡였다.
“국회의원 재산은 이념 성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
국회의원들의 재산이 많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재산 분포가 일반 국민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과연 저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을 고루 대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의 ‘부자 편중’은 국가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관련 연구를 찾기 쉽지 않지만, 정치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그의 이념 성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더러 있다.
2012년 김석우 서울시립대 교수와 전용주 동의대 교수가 19대 국회를 분석해 발표한 ‘국회의원 이념성향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가 그 사례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재산 변수가 이념 성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산이 많은 국회의원일수록 보수 이념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추정하자면, 국회의원의 ‘부자 편향’은 국회의 ‘보수 편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왜 이렇게 부자 국회의원이 많은 걸까. 이유 중 하나는 선거 비용의 부담이다. 2019년 전용주 동의대 교수가 20대 국회를 분석해 발표한 ‘후보의 선거 경쟁력 결정 요인에 관한 연구’를 보면, 개인 재산이 평균 득표율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연구진은 “한국의 선거에서 후보의 선거자금 대부분은 개인 재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실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후보의 선거자금 중 약 60%를 개인 재산이 차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논문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사회의 특정 집단만이 정치 엘리트로 충원될 수 있다면.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권력은 특정 집단에 의해서만 행사될 것이다. 반면 정치 충원에서 배제된 집단은 권력 과정에서 소외될 것이다. 즉 특정 집단의 이익은 과대 대표되고, 다른 집단의 그것은 과소 대표될 것이다.” 뉴스타파 데이터팀이 공직자 중에서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의 재산을 가장 먼저 분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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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변지민 plut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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