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운 이웃 돕고 싶어"...평생 모은 4000만 원 기부한 기초생활수급자

"연말 어려운 이웃 돕고 싶어"
"절대 신원 밝히지 말아 달라"
저소득층 주민에 전달될 예정

22일 전북 정읍시 연지동주민센터에 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며 4,000만 원이 든 봉투를 두고 갔다. 정읍=연합뉴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한 노인이 평생 모은 4,000만 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한 사연이 알려졌다.

23일 전북 정읍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쯤 관내 연지동주민센터를 찾은 한 노인이 복지팀 직원에게 흰 봉투를 건넸다. 봉투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만 적혀 있었다. 이 노인은 직원에게 "적은 금액이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고 말한 후 떠났다. 그가 남긴 봉투에는 1,000만 원짜리 수표 4장이 담겨 있었다.

이 노인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다. 그는 자택을 찾아온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혼자 살면서 돈을 쓸 일이 크게 없어 조금씩 모았고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며 "떠들썩하지 않게 조용히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또 "자신의 신원을 절대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고명석 연지동장은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기부자의 뜻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성금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인이 전달한 성금은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층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