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인륜적 위안부 범죄, 일본 책임 물은 판결 환영한다
서울고등법원 민사부가 23일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합당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 나라의 주권 행위를 다른 나라에서 재판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에 근거한 1심 각하 판결을 뒤집고, 법원이 피고 일본국에 법적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항소심의 전향적인 판결을 환영한다.
이번 판결은 일제강점기 국내에서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선 국제관습법상 규범인 ‘국가면제’가 적용될 수 없음을 선언한 것이어서 매우 뜻깊다. 서울고법은 ‘전쟁 중 군인들의 사기 진작 등을 목적으로 당시 10대·20대에 불과한 이 사건 피해자들을 기망·유인하거나 강제로 납치하여 위안부로 동원한’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국가면제의 법리는 절대적 면제에서, 비주권적 행위에 관하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제한적 면제의 법리로 점차 변경·발전돼 왔다”며 최근 국제관습법의 변화 방향을 밝혔다. 그 근거로 유엔·유럽 국가면제협약 및 미국·영국·일본 국내법, 브라질 최고재판소·우크라이나 대법원 판결 등을 제시했다.
그간 위안부 피해자들은 한·일 양국 법원 어디에서도 피해자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소송 제기 후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고, 유족들이 참여한 경우도 있다. 뒤늦게 피해자의 온전한 기본권을 인정한 점에서 만시지탄일 뿐이다. 80년 전 받은 위안부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피해가 어떻게 배상액으로 치유될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정부 역시 이들이 적극적으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도 소송 서류를 거듭 반송하며 재판 자체를 거부해왔다. 2년 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1심 배상 판결이 나왔음에도 항소도, 배상도 하지 않았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 손해배상 판결에서 보듯, 시대적 흐름은 개인의 재판청구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제 과거 불법 행위의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와 침략 전쟁,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법적 배상에 나서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논리와 그릇된 역사교육으로 또다시 피해 나갈 궁리만 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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