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치솟는 택시에 갇힌 70대 기사…길 가던 청년, 몸 던졌다[영상]

사고로 불이 붙은 택시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70대 기사를 유세림씨(34)가 급히 달려가 구하는 모습. /사진=뉴스1(부산경찰청 제공)

사고로 불이 붙은 택시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70대 기사를 30대 남성이 급히 달려가 살렸다.

23일 뉴스1에 따르면 전날 밤 9시40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교차로에서 전기택시 1대가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달리다 건물을 들이받았다.

당시 영상을 보면 사고 충격으로 건물 1층 외벽에서 잔해물이 쏟아져 내렸고 택시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5초쯤 지나 택시에서 난 불이 건물에 옮겨붙었다.

사고 발생 20초 뒤 한 청년이 택시를 향해 달려왔다. 이 청년은 불로 뒤덮인 차량에서 운전석에 앉은 기사 A씨(70대)를 두손으로 잡아당겼다. A씨는 차량에서 빠져나온 직후 도로 바닥에 쓰러지듯 뒤로 넘어졌다. 이내 A씨 몸에 붙었던 불이 꺼지고 또 다른 시민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진압했다.

A씨의 생명을 구한 사람은 유세림씨(34)다. 친구와 통화하며 귀가하는 길이었다고 한다. '쾅' 소리에 눈을 돌렸더니 A씨 머리에 불이 붙어 있었다. 이를 보고 급히 달려갔다. 유씨는 "택시 문은 열려 있었는데 안전벨트 때문인지 기사분이 왼쪽 발만 바깥에 빼놓은 채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며 "옷까지 불이 옮겨붙은 상태여서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회상했다.

유씨는 "불이 엄청 크게 나서 그저 '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고 했다.

소방에 따르면 A씨는 안면부와 팔, 다리 등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A씨 외 택시에 타고 있던 사람은 없었다.

불은 차량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 가게 등을 태우고 약 52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50분 만에 꺼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결함 여부 및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사고로 불이 붙은 택시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70대 기사를 유세림씨(34)가 급히 달려가 구하는 모습. /사진=뉴스1(부산경찰청 제공)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