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노사정 대타협 ‘바세나르 협약’ 이끈 협상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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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은 빌럼 콕, 편하게 빔 콕이라고 불렸다.
네덜란드 노조 지도자로 활동하다가 1982년 11월24일, 임금 인상은 자제하되 고용은 보장하고, 일자리 분배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자는 노사정 대타협인 '바세나르 협약'을 이끌어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곳이 바세나르 협약을 맺은 장소입니다. 평범한 주택이죠." 네덜란드 한국대사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던 최경호씨가 내게 알려주었다.
어쩌면 바세나르 협약은 네덜란드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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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다]
[나는 역사다] 빔 콕 (1938~2018)
본명은 빌럼 콕, 편하게 빔 콕이라고 불렸다.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노동자가 됐고 노동운동을 했다. 네덜란드 노조 지도자로 활동하다가 1982년 11월24일, 임금 인상은 자제하되 고용은 보장하고, 일자리 분배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자는 노사정 대타협인 ‘바세나르 협약’을 이끌어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결국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췄다. 노사 양쪽 다 괜찮은 결과를 얻었다.
“이곳이 바세나르 협약을 맺은 장소입니다. 평범한 주택이죠.” 네덜란드 한국대사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던 최경호씨가 내게 알려주었다. “신뢰가 바탕에 깔려야 가능한 일입니다. 네덜란드 사례를 참고하기 위해 한국에서 출장 오신 분들은 ‘시간제 정규직’을 도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노 쪽은 ‘시간제라고 해놓고 결국 일 더 시킬 것’이라며, 사 쪽은 ‘노무관리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서로 믿지 못하더군요.”
여러 해가 지난 지금,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라는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 한국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네요.”
어쩌면 바세나르 협약은 네덜란드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한때 네덜란드는 정적을 죽이고 신체 일부와 내장을 뜯어 기념품으로 가져오던, 정쟁이 극심하던 사회였다. 이러다가는 다 죽는다는 생각이었을까. 네덜란드 사회는 크게 바뀌었다. 오늘날 어지간한 갈등은 모두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한다. 노사 대타협도 그래서 가능했으리라.
빔 콕은 훗날 정치인이 된다. 노동당을 이끌었고, 1994년 네덜란드 총리가 되었다. 2002년까지 두차례나 연정을 이끈 성공한 정치인이었다. 조정과 협상의 달인은 생각이 다른 정치세력과 타협하면서도 동성결혼과 안락사, 유럽통합 같은 진보적인 정책을 성과로 챙겼다. 정계 은퇴 뒤에는 세계 각국 전직 국가원수 및 행정수반 모임인 마드리드클럽 의장을 맡았다. 노동자 출신이 세계의 리더가 됐다. 2018년 세상을 떠났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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