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폴리코노미
내년엔 전 세계에서 유독 선거가 많다. 투표에 참여하는 인원이 총 40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1월엔 대만 총통 선거가 있고, 2월엔 인도네시아 대선과 총선이 있다. 3월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선이 있다. 4월엔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5월엔 인도 총선, 6월엔 유럽의회 선거, 10월엔 브라질 지방선거가 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미국 대선은 1월15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막이 올라 11월5일 투표가 이뤄진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한다. 하지만 기업가나 경제학자들은 그리 반기지 않는다. 시장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정치나 사회 이슈가 경제 현안을 압도하기 마련이다. 영국 시사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의 열쇳말로 ‘선거’를 꼽았다. 미국과 유럽 등이 선거를 치르면서 폴리코노미(Policonomy)가 전 세계적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폴리코노미는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부정적 뉘앙스가 강하다. 각 정당이 선심성 공약으로 돈풀기 경쟁을 벌이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등 문제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국제금융협회는 307조4000억달러(약 40경원)에 이르는 전 세계 국가들의 부채가 내년에 더욱 늘어나고, 시장에 더 큰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선거는 경제 시스템이 초래하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유일하면서도 합법적인 장치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는 재력이 곧 영향력이다. 주식만 견줘도 1원을 가진 사람은 1표, 1억원을 가진 사람은 1억표를 행사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절실한 요구는 시장에서 무시되지만 부자들의 요구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존중된다. 정의로운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선거는 돈이 많은 사람이건 적은 사람이건 1인 1표가 원칙이다. 사회의 불평등이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못하면 더 큰 혼란이 발생한다. 선거 공약으로 제시되는 복지 확대 정책을 무조건 ‘포퓰리즘’이라며 백안시하면 안 된다. 선거를 경제의 위험 요소로만 보는 시각은 수정돼야 한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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