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옛 신문광고] 가짜 양주 '도라지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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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빅토리, 라이온, 오스카, 리베라, 백양, 쌍마, 아리랑, 도라지···. 흡사 담배 이름 같지만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판매됐던 국산 위스키들의 이름이다.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리 들어보렴"이라는,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1995)'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도라지 위스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위스키 '산토리'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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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위스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위스키 '산토리'와 관련이 있다. 극히 일부였지만 전후 한국인들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위스키 맛을 볼 수 있었다. 미군들은 가까운 일본에서 들여온 산토리의 '토리스 위스키'(Torys Whisky)를 많이 마셨다고 한다. 1956년 5월 부산 토성동에 있던 '국제양조장'이 토리스 위스키를 흉내 내어 '도리스 위스키'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토리스'의 일본식 발음이 '도리스'다. 1960년 왜색 불법상표 논란이 제기됐고 국제양조장 사장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도리스가 '도라지(Torage)'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이름을 바꾼 뒤 도라지 위스키의 인기가 더 올라가자 다른 위스키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도라지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도리스나 도라지 위스키의 광고에는 '전국 국산품 심사회에서 재무부장관 특상을 수상했다' '외국인도 즐겨 마신다'라고 홍보하는 문구가 들어 있다. 가짜 위스키이긴 하지만 완전히 국내에서 만든 국산 제품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광고 속의 병에 적힌 표기를 보면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돼 있다(경향신문 1973년 5월 1일자·사진)
1960년대 후반 도라지 위스키의 제조사인 국제양조장은 경기 안양에서 포도주를 생산하던 태진물산을 합병한 뒤 공장을 부산에서 서울 하월곡동으로 옮겼다. 도라지를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아 1973년에는 회사 이름을 '도라지양조 주식회사'로 바꾸며 사세를 확장했다.
그때가 '짭' 위스키 도라지가 마지막 불꽃을 태운 시기였다. 곧바로 퇴출의 운명이 닥쳤다.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한 위스키 원액을 첨가해 만든 조지 드레이크, JR 등의 진짜 위스키들이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도라지 위스키는 1976년 보해양조에 면허를 매각하고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보해는 위스키를 제조하려 한 것이 아니라 '기타 재제주' 제조면허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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