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외면에… 갈수록 힘 빠져가는 국민의힘 혁신위

김병관 2023. 11. 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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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로 출범 한 달을 맞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중대 기로에 섰다.

특히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핵심 의원들에 대한 혁신위의 내년 총선 불출마·수도권 출마 요구가 20일 넘게 묵살되면서 활동 동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인 위원장은 최근 혁신위 회의에서 '혁신위 활동 기한이 다음 달 24일까지지만 법적으로 2주 연장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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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도부 ‘희생론’ 20일 넘게 묵살
수용된 혁신안은 ‘징계해제’ 1건뿐
인요한, 임기 2주 연장 가능성 언급
김태흠 “시간 끌면 논개처럼 하라”

23일로 출범 한 달을 맞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중대 기로에 섰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특유의 입담과 여야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로 정치권의 다크호스로 부상했지만, 정작 야심 차게 내놓은 혁신안들은 무기한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핵심 의원들에 대한 혁신위의 내년 총선 불출마·수도권 출마 요구가 20일 넘게 묵살되면서 활동 동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임명된 후 이날 발표한 연구·개발(R&D) 관련 혁신안을 포함해 총 5개의 혁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도부가 받아들인 안건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징계를 해제하는 1호안뿐이다. 총선룰과 관련된 3·4호안은 다음 달 중순 구성할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가 논의할 문제라고 넘겼다. 2호안 중에서 당 지도부 등을 향한 ‘희생 권고안’은 지도부에 정식으로 보고되지도 않았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10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무엇보다 김 대표가 자신이 전권을 준 혁신위에 “리더십을 흔들지 말라”는 취지로 공개 경고하면서 동력을 잃은 면이 크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희생 권고에 대한 반응이 없을 경우 혁신위가 조기 해산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맡은 친윤 초선 비례 이용 의원만 혁신위 요구에 호응했다.

인 위원장이 ‘윤심’(尹心, 윤 대통령의 의중)을 언급하며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힌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수직적 당정관계 재정립’은 국민의힘의 혁신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데 인 위원장은 대통령을 ‘나랏님’이라고 표현하며 논란을 불렀다. 인 위원장이 대통령 측으로부터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는 전언을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그런 건 없었다”고 반박하면서 힘이 빠지기도 했다.

혁신위의 뚜렷한 성과 없이 존재감이 작아지면서 충격 요법의 일환으로 조기 해산을 단행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날 김태흠 충남지사는 인 위원장과의 접견 자리에서 “지금처럼 당 중진들이나 이런 분들이 혁신위 이야기를 적극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위원장님이 논개처럼 다 끌어안아 버려라”고 말하고, 인 위원장은 “명심하겠다”고 답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지사는 이외에도 “당 지도부가 1년 반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함몰됐다”, “당 대표가 꼬마 대장 노릇을 하는 이런 형태에서 된장찌개처럼 깊은 의사 결정이 나오겠느냐”는 등 당 지도부를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다만 인 위원장은 최근 혁신위 회의에서 ‘혁신위 활동 기한이 다음 달 24일까지지만 법적으로 2주 연장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혁신위원은 통화에서 “1월 초까지 임기가 보장되면 공관위에서 혁신안이 반영되는지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압박하겠다는 메시지로 들렸다”고 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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