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회장, 무죄서 유죄로 뒤집힌 판결…리스크 현실화

황원영 2023. 11. 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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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회장, 채용 비리 2심서 집행유예
DLF판매 관련 징계 취소 소송도 남아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나금융그룹

[더팩트│황원영 기자]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내려진 무죄 판결이 뒤집히면서 그를 둘러싼 사업리스크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함영주 회장은 상고할 뜻을 밝혔으나 이 재판이 그의 거취를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의 경영 불확실성도 커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우인성)는 23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함영주 회장과 함께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하나은행에는 7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함영주 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장 재직 당시 은행권 고위 관계자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자 서류전형, 합숙면접, 임원면접 개입 및 대상자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2018년 6월 기소됐다. 아울러 2013~2016년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1로 맞추라고 지시하는 등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1심 재판부는 함영주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함영주 회장이 당시 특정 지원자에 대한 추천서를 인사부에 전달하긴 했지만, 이들이 합격권에 미달하였음에도 합격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하나은행의 남녀 차별적 채용 방식이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지속됐다고 보이고, 은행장들의 의사결정과 무관하게 시행돼 피고인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의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 분명하고, 이로 인해서 정당하게 합격하여야 할 지원자가 탈락했을 것"이라며 그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남녀고용평등법 위반과 관련해선 신입 직원의 성비 불균형 선발에 관여한 것으로 돼 있기 때문에 원심판결의 부분을 파기하고 새로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하나은행의 이익을 위해 그와 같이 개입한 것으로 볼 측면도 없지 않다는 점은 유리한 점으로 고려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장기용 전 부행장에 대해선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고 양형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함영주 회장은 상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날 재판 직후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다시 한 번 (대법원에서)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함영주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하나금융을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함영주 회장은 1심 무죄 선고 이후 2022년 3월 하나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올랐다. 함영주 회장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그러나 대법원판결에 따라 임기를 마치지 못할 가능성도 나온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에 중에 있는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

함영주 회장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는 이뿐만 아니다. 그는 채용비리뿐 아니라 해외금리 연계 파생 결합펀드(DLF) 판매와 관련한 징계 취소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함영주 회장은 2020년 DLF 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에서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았고,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1심에서 패소했다. 문책 경고를 받은 자는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어 이 또한 경영 불확실성에 불을 지피는 요인이다. 2심 결론은 내년 1월25일 나올 전망이다.

함영주 회장이 두 건의 사법리크스에 휘말리면서 하나금융의 경영 불확실성도 장기화됐다. 대법원 판결까지는 함영주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겠지만, 유죄가 확정되면 회장직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 이사회가 함영주 회장의 법적 리스크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함영주 회장 취임 당시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은 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그의 취임을 반대한 바 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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