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자영업 문제, 상생금융 확대는 미봉책
금년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43조원으로, 코로나 사태 발생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358조원이 증가했다. 이 수치는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기간 매년 100조원의 대출로 버티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가 끝났으니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착각이다. 우선 금년 상반기 중에도 자영업자 대출은 23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통계청 산업생산의 서비스업 불변지수는 2019년 9월 대비 2023년 9월 15% 상승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업의 호전은 금융보험업의 44% 증가에 의해 주도된 결과이며,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합소매업은 6.6%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음식료 소매업은 16%, 가전정보통신소매업은 13%, 생활용품업은 12% 공히 감소했으며 음식점은 0.5% 증가했다. 자영업 업황이 장기침체함에 따라 자영업자 소득은 심각한 감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소득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년 2·4분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처분소득은 작년동기 대비 19.5% 감소했으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6% 감소했다.
정부도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 기간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지급한 일부 재난지원금에 적용될 예정이던 환수조치를 백지화했으며, 특히 9월 말로 종료 예정이던 코로나 대응 관련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을 '새출발기금'으로 4만명의 채무 6조4000억원이 조정되었다. 그러나 10월 말 기준으로 여전히 32만7000명의 74조5000억원이 남아 있다. 만기연장은 2025년 9월까지 연장 가능하며, 상환유예는 최장 60개월 분할상환 가능하다. 그러나 과연 저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증가해 74조원의 원리금 상환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하여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은행의 종노릇' 지적을 한 바 있으며, 정부와 여당은 상생금융 강화 등 은행에 초과이익에 대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한편 야당은 금융권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도 '서민금융 생활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상생금융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으므로, 이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으로 용이한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개인 가계대출에서도 동일한 지원을 요구하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이렇게 상생금융을 확대할 경우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위험이 증대한다.
자영업 부채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두 가지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자영업은 이미 빚으로 빚을 막는 악순환 구조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둘째, 자영업은 경제의 양극화로 구조적 침체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상생금융을 강화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자영업의 업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카드사·주문 플랫폼 사업자 등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 나아가 과밀구조로 인한 구조적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차제에 자영업 구조조정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정치적 미봉책으로 은행들만 들볶을 것이 아니라 자영업의 산업 구조조정을 포함, 자영업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한 해결책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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