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기대 저차원적 정치 수렁으로”…국회 빛낸 정치인의 말 있을까

임재우 2023. 11. 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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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이 "갈수록 정치인들의 언어가 과격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얼마 전 21대 국회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80%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있었다"며 "품격을 잃은 언어, 이성을 잃은 극단의 대립이야말로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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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김진표 국회의장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시상식’ 축사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개국 29주년 MBN 보고대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진표 국회의장이 “갈수록 정치인들의 언어가 과격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여성 비하 발언으로 최근 논란이 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염두에 둔 비판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시상식’ 축사에서 “정치인의 품격있는 말과 정연한 논리가 국회의 신뢰를 쌓아가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장은 “일부에서는 혐오와 배제, 막말과 극단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으며, 팬덤에 기대어 스스로 저차원적 정치의 수렁에 빠져들기도 한다”고도 지적했다.

김 의장은 “정치인들은 상호 간에 적이 아니라 경쟁자”라며 “소속을 달리 하고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경쟁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마치 무찔러야 하는 적을 대하듯, 독한 말과 악의적인 행동으로 최소한의 예의조차 내던진 모습들이 보여 매우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또 “얼마 전 21대 국회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80%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있었다”며 “품격을 잃은 언어, 이성을 잃은 극단의 대립이야말로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김 의장의 비판은 지난 19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광주 북 콘서트에 참석해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해 거센 비판을 받은 최강욱 전 의원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2일 최 전 의원을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의 비상징계를 의결했다.

김 의장은 이날 축사에서 지난 10월 여야 원내대표가 맺은 신사협정의 준수도 당부했다. 김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가 국회 회의장 내 피켓을 부착하거나 고성과 야유를 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을 맺었다. 앞으로도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일치를 위한 포럼’과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 학회가 2010년 제정한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은 매년 국회의원들의 국회 내 공식 발언을 분석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는 백혜련 의원(대상)을 비롯해 김한규·민병덕·박광온·송기헌·오영환·이원택·임오경 의원(이상 민주당), 김미애·김승수·서범수·윤재옥·전주혜·정희용 의원(이상 국민의힘), 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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