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정점 찍었다"…채권 쓸어담는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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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들이 회사채 여신전문금융채 공사채를 가리지 않고 채권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연말 채권시장 비수기를 앞두고 회사채 여전채 공사채 등 이른바 '크레디트 채권' 시장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내년 초 채권시장 강세를 예상한 기관들이 매수 시기를 연말로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1월 FOMC 이후 채권 금리 하락세가 가파르다"며 "회사채 여전채 공사채 등 크레디트물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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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초 채권시장 강세 예상
매수시기 연말로 앞당겨 대응
크레디트물 강세 당분간 지속
▶마켓인사이트 11월 23일 오후 4시 30분
“기관들이 회사채 여신전문금융채 공사채를 가리지 않고 채권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연말 채권시장 비수기를 앞두고 회사채 여전채 공사채 등 이른바 ‘크레디트 채권’ 시장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마무리 기대에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어서다. 내년 초 채권시장 강세를 예상한 기관들이 매수 시기를 연말로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전채 순발행액 4조6000억원 넘어서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 일곱 곳이 수요예측에서 모두 ‘완판’에 성공했다. 지난 13일 LG유플러스(신용등급 AA)는 2~5년 만기 1000억원 모집에 68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오자 1700억원으로 늘려 발행했다.
4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도전한 삼양그룹 지주회사 삼양홀딩스(AA-)는 22일 열린 1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다섯 배가 넘는 5200억원의 주문을 확보하면서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이다.
카드채 캐피털채 등 여전채 시장도 매수 열기가 뜨겁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타금융채(여전채) 순발행액은 4조6015억원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4980억원 순상환됐지만 이달 들어선 여전채 투자 수요가 회복되면서 순발행 기조로 전환됐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 8월(4조415억원)을 넘어 월별 기준 여전채 순발행액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공사채와 지방채 시장도 강세다. 이달 채권 입찰을 한 한국가스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시 등은 개별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들이 매긴 금리의 평균)보다 낮은 금리에 조달하는 ‘언더 발행’에 성공했다. 매수 주문이 쏠리면서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금리 인하 기대에 매수 앞당겨
일반적으로 회계장부를 마감하는 연말을 앞두고 채권시장은 유동성이 줄어든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판단에 막바지 채권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과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의 소멸했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국내 채권 금리도 빠르게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AA-와 BBB-급 회사채 금리는 모두 0.4%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내년 초 기관들이 지갑을 여는 ‘연초 효과’에 대비해 채권을 선제 확보하겠다는 투자 수요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매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초를 피해 기관들이 매수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뜻이다.
풍부한 유동성도 채권 매수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들어 머니마켓펀드(MMF)나 채권형 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 잔액은 192조7320억원(22일 기준)에 달한다.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20조원 넘게 늘어났다.
하반기 채권시장의 뇌관으로 꼽히던 서울 청담동 르피에드 청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일단락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노른자 땅’의 부동산 PF 사업이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금융당국이 나서면서 만기를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청담 부동산 PF 만기 연장으로 연말 자금시장에 돌발 변수 발생 가능성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 강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1월 FOMC 이후 채권 금리 하락세가 가파르다”며 “회사채 여전채 공사채 등 크레디트물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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