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덕 칼럼] 이중권력 시대, 정권 심판 vs 巨野 심판

김광덕 논설실장·부사장 2023. 11. 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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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미완성, 野 ‘의회권력’ 장악
입법·예산·탄핵폭주는 ‘다수의 폭정’
‘여소야대’ 지속되면 행정권도 불안
黨政大 전면개편, 쇄신의지 보여야
[서울경제]

‘이중 권력(Dual Power)’ 시대다.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용산’에 입성했지만 정권 교체는 미완성이다. 국민의힘은 ‘행정 권력’만 손에 넣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의회 권력’을 장악했다.

‘여의도 권력’을 거머쥔 거대 야당의 무한 질주는 알렉시 드 토크빌이 우려한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의 하급 행정관이었던 토크빌은 1830년 10개월가량 미국 사회를 샅샅이 둘러본 뒤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을 썼다. 토크빌은 1권 14장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장점을 열거한 뒤 15장에서 미국 민주공화정의 폐해인 ‘다수의 횡포’를 다뤘다. 토크빌은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인용해 “입법부의 폭정이야말로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위험 요소”라며 다수의 절대 권력에 의한 민주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권 상실 쇼크를 잊으려 몸부림치는 민주당은 의회 권력에 취해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위성 정당과 우호 세력까지 포함해 총 180여 석을 확보한 뒤 필리버스터도 무력화하면서 입법 폭주를 해왔다. 민주당은 또 국회 상임위원회 예산 심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및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안 수조 원을 칼질했다. 그 대신에 ‘이재명표 예산’ 6조 원을 증액시켰다.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헌법 57조 정신을 무시하는 횡포다.

탄핵 폭주는 더 가관이다. 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표의 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간부 등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하고 이달 30일 이를 재발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검사범죄대응태스크포스’는 추가로 2명의 검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러니 ‘방탄 탄핵’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급기야 야권 강경파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200석을 만들어 ‘윤석열’을 탄핵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범야권이 내년 4월 총선에서 200석 가까운 의석을 얻게 되면 일부 여당 의원을 끌어들여 대통령 탄핵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삭제 등을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을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탄핵 중독증’에 빠진 거대 야당이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2004년 총선 직전에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등 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밀어붙였다가 부메랑을 맞았다. 반면 당시에 노 대통령이 주도하는 열린우리당은 국회 과반인 152석을 차지했다. 2016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해 이듬해 정권 교체까지 이뤄냈다. 미국에서도 두 갈래 바람이 있었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안이 하원에서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그 뒤 클린턴의 지지율은 고공 행진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은 2019년 하원에서 가결됐으나 이듬해 2월 상원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그 여파로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야당의 과도한 힘자랑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윤석열 정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일반적으로 집권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의 성격은 정권 중간 평가이다. 하지만 이중 권력 시대에 치러지는 내년 총선은 ‘정권 심판론’ 대 ‘거야 심판론’의 대결이 될 것이다. 대선 2라운드인 셈이어서 대한민국 미래의 진로와 체제를 결정하는 중대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는 권력을 남용하는 쪽이 지고 ‘약자’로 비치는 쪽이 이길 것이다.

내년에도 야당이 의회 권력을 유지하게 된다면 윤석열 정권의 행정권마저 크게 흔들리고 대통령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토대로 판세를 분석해보면 여당이 수도권에서 상당히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현재 의석(111석) 정도밖에 얻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듀얼 파워’에 종지부를 찍는 게 여권의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래야 헌법 가치를 지키면서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정상화할 수 있다. 그 출발점은 윤 대통령의 확실한 쇄신 의지와 ‘당정대(黨政大, 여당·정부·대통령실)’의 전면 개편이다.

김광덕 논설실장·부사장 k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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