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발사 달 착륙선 '앙꼬 빠진 찐빵' 된 까닭
지난달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한국형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은 당초 계획했던 6300억원 규모에서 1000억원 가량 축소된 5300억원의 예산으로 통과됐다. 착륙선에 실릴 탑재체 개발을 제외한 본체 개발만 예타를 통과하면서 예산이 줄었다.
정작 달에서 임무를 수행할 탑재체 개발이 빠지면서 착륙선의 목표는 '미정'으로 남아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탑재체 개발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적합한 과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학계 목소리를 더 수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탑재체 사업 계획에 참여한 연구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번 예타 과정에서 달 탐사에서 중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탑재체들이 다수 후보에 올랐지만 낙점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달 착륙선 개발 목표를 지나치게 낮춰 잡으면서 정작 중요한 탑재체들이 제외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0일 달 착륙선 개발 내용이 담긴 '달 탐사 2단계 사업'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종합 평가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2023년 4월 국가 전략기술 프로젝트로 선정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달 착륙선은 당초 사업 계획안에서 탐사 로버, 월면토 휘발성물질 추출기, 원자력 전지 소형전력장치 등의 탑재체를 싣는 방안이 담겼다. 달 표토층의 휘발성 물질 추출 기술 실증, 장기간 안정적 전력기술 확보, 달 표면 광역 지역 정보 수집 극대화를 위한 로버 기술 실증, 달 표면 먼지 입체 촬영 및 특성 등의 4개 목표도 설정됐다.
이들 탑재체를 비롯해 여러 탑재체들은 예타 과정에서 최종 개발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달 착륙선 사업 계획에 참여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달 극지에서 물을 조사하는 적외선 분광기를 비롯한 달 극지 탐사용 탑재체는 모두 배제됐다. 달 극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의 주요 탐사 목표지다.
각국이 주목하는 달 탐사 임무에 필수적인 탑재체가 제외된 이유는 한국형 달 착륙선의 완성도가 아직 가늠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극지 탐사용 탑재체의 경우 달 착륙선을 극지에 착륙시킬만큼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는 설명이다. 달 착륙선의 적재 중량도 탑재체를 선정하지 못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계획 중인 달 착륙선의 탑재체 중량은 43kg이다. 주요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할 여러 개의 탑재체를 수용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이야기다.
달 착륙선의 성능에 탑재체를 맞추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미있는 달 탐사 관련 과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임무를 수행할 탑재체를 먼저 선정한 뒤 이를 실어나를 본체 개발 목표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착륙선 성능의 개발 목표치를 지나치게 낮춰 잡았다는 비판도 있다. 달 탐사 사업 기획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우주선진국에선 이미 '100m 핀포인트 착지' 착륙선을 개발 중인데, 10년 뒤에 발사할 우리 달 착륙선은 목표한 착륙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수준으로 개발 계획이 수립됐다"고 전했다.
연구자들은 달 착륙선의 성능에 맞춰 탑재체를 선정하면 의미있는 과학적 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연구자는 "달 탐사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현 상태에선 선행 투자가 이뤄지거나 이미 해외에서 연구가 이뤄진 탑재체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산·학·연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우주탐사 로드맵을 수립해 확정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달 착륙선 탑재체 공모를 추진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025년 초까지 탑재체를 선정하고 별도 사업으로 탑재체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탑재체 개발은 본체 개발보다 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만큼 2032년 발사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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