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전으로 돌아간 남북관계…판문점 선언도 무효화?
북한이 남북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면서 9·19 군사합의를 끌어낸 ‘9월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의 효력에도 파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 국방성은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대한민국’ 것들과의 그 어떤 합의도 인정할 수 없으며 상종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다시금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판문점 선언 등 남북이 이전에 맺은 각종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두 정상은 같은 해 9월 18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서명한 평양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9·19 군사합의는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다. 선언에는 비무장 지대 적대 행동 해소와 더불어 동·서해선 철로 연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화상 상봉 및 영상편지 교환,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 계획이 담겼다.
2018년에만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 열리고 첫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역사적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 역시 동력을 잃고 경색됐다. 이 때문에 평양 공동선언에 담긴 내용은 대부분 이행되지 못했다. 판문점 선언에 담긴 ‘한반도 비핵화’ 역시 북한이 지난 9월 ‘핵 무력 고도화’를 헌법에 명시하면서 단기적으로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 파기가 판문점 선언 등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9·19 군사합의와 달리 판문점 선언이나 평양 공동선언에는 현실적으로 구속되는 내용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이행된 것이 없는 북한 입장에서 굳이 무효나 파기 선언을 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파기 선언이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기념과 언급이 전혀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선언에 의미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미 대선 이후 미국과의 협상을 꾀하는 북한으로써 판문점 선언이 여전히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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