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가 꼭 필요한 이유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3. 11. 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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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3년 11월 21일 북한이 정찰위성 탑재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 정찰위성 관련 세 번째 도발이자 명백한 유엔안보리결의 위반이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 제1조 3항에 명시된 비행금지구역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군사분계선 인근의 감시정찰 활동을 재개했다. 매우 적절한 조치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전방부대의 작전 제한을 극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군단급/사단급 무인정찰기 활동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제약을 받았다. 물론, 군은 전방부대 정찰 임무에 정찰기나 정찰위성 같은 고성능 정찰자산을 대체하여 활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고성능 정찰자산의 수적 제한으로 충분한 자료 확보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런 식의 자료 확보는 닭 잡기에 소 잡는 칼을 쓴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둘째, 고성능 정찰자산의 활용도 제고 때문이다. 북한은 상당수의 장사정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장사정포는 군사분계선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장소에 배치되면, 저성능 정찰자산으로 감시하기 어렵다. 고성능 정찰자산이 필요한데, 고성능 정찰자산은 군단급/사단급 전술 정보도 함께 처리하느라 여력 확보가 쉽지 않다. 그런데, 군단급/사단급 무인정찰기 활동이 복원됨으로써 고성능 정찰자산을 장사정포 정찰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나게 되었다.

셋째, 비행금지구역의 효과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9.19 군사합의 당시 북한의 정찰능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저성능 소형무인기만을 보유해서이다. 반면에, 우리 군은 KRF-16처럼 상대적으로 고성능인 정찰자산을 보유해서, 군단급/사단급 무인정찰기 활동이 제약받더라도 대신 고성능 정찰자산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북한이 샛별-4형 같은 중대형 무인정찰기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또한, 북러협력으로 성능이 향상됐을지 모르는 정찰위성까지 띄었으니 말이다.

넷째, 북한의 어긋난 의도와 태도 때문이다. 앞의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만약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준수했다면 9.19 군사합의 일부가 정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계속 위반하는 상황에서 이는 필연적이었다. 우리만의 합의 준수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무인정찰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지나서 서울 한복판까지 침투한 지난해 도발은 9.19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일이었다. 9.19 군사합의가 유지된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이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 준수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효력 정지는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방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 정지를 도발 억제수단으로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응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했다. 억제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이다. 만약에 응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북한은 우리의 억제수단 실행 및 보복 의지를 믿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억제의 성공 가능성은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성공적인 군비통제의 이행수단으로서 엄격한 감시정찰은 꼭 필요하다. 자국의 영공 일부까지 상대편 정찰기에 개방하는 ‘영공개방협정(Open Sky Treaty)’이 효과적인 군비통제 수단으로 인정받는 이유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찰의 제한보다는 오히려 감시와 검증을 위한 정찰 확대가 필요한데, 9.19 군사합의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우리 손발을 스스로 묶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다행히 일부 효력의 정지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북한은 이를 빌미로 도발을 획책하려고 한다.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까지 밝혔다. 힘에 기반한 평화만이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할 때다. 북한 도발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원칙적 대응이 더욱 중요해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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