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간호법’ 통과시킨다” 홍익표에 쏟아진 박수…김기현과는 달랐던 현장의 온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축사…“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간호법안 통과시키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5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간호법 제정안이 폐기된 이유에서일까. 23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간호협회) 100주년 기념식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한 현장 반응에 온도차가 있었다.
김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대한민국이 오늘날 G8에 거론될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룬 데는 간호사님들의 치열한 애국심과 진취적 능력들이 바탕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간호 현장의 어려운 환경을 개선해야 할 많은 숙제가 있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숫자가 우리나라는 4.94명 정도에 불과한데 OECD 평균인 8.0명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1인당 평균 환자 수도 일본, 미국에 비해 한국이 많다는 것도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숙달된 간호 인력 확보가 시급하고 의료현장에서 신규간호사들의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호소를 듣는다면서, 김 대표는 “여러분들이 간호법 꼭 만들어야 된다고 계속해서 마음을 함께하는 것을 충분히 잘 숙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간호 인력 양성 대책과 인력 배치 확대 방안, 다양한 근무형태 도입 등 종합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의 요구를 더 담아내야 된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잘 안다”고 말한 김 대표는, 의료현장 직역간의 이해관계 조정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언급하고 그 과정에서 함께 마음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김 대표 축사와 달리 이어 무대에 오른 홍 원내대표의 축사 중 ‘간호법 해결 의지’ 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들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보여준 간호사들의 헌신에 감사하다면서 홍 원내대표는 우선 “그때 정부가 여러분의 헌신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다”고 운을 뗐다. “정치권이 답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홍 원내대표가 말을 덧붙이자 현장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홍 원내대표는 ‘간호법’을 거듭 입에 올렸다. 그는 “민주당은 이미 간호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며 “정치가 왜 국민에게서 멀어졌다고 생각하나, 싸워서일까, 아니다, 제가 보기에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다”라고 답을 내려 다시 박수를 받았다. 계속해서 “더불어민주당과 저는 어떠한 싸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드러낸 홍 원내대표가 ‘민주당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간호법안 다시 발의하겠다’, ‘반드시 이번에는 통과시키겠다’ 등 말을 할 때마다 현장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홍 원내대표는 마지막으로 “의료현장에서 우리 간호사님들께서 존경받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 간호법 제정으로 시작하겠다”며 “‘간호법 제정’과 함께하는 대한간호협회의 100주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저희가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앞서 간호법 제정안은 국민의힘 반대 속에 민주당 주도로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한다”던 윤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5월말 국회 재표결 끝에 결국 부결로 폐기됐다. 간호협회는 6월 보건복지부에 전국 회원 4만3021명의 면허증 사본을 모아 전달하며 항의를 표시했고, “정부가 간호사의 자긍심과 간호법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보건복지부의 ‘중립성 유지’와 간호사 업무범위 명확화를 함께 촉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고영인 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하고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최연숙 의원(비례)이 동참해 총 21명이 발의자 명단에 올라 지난 22일 발의된 ‘간호법안’은 간호사 업무로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 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건강증진활동의 기획과 수행, 간호조무사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를 규정했다. 아울러 “불법진료 문제 해소를 위해 의사·치과의사, 한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에 대한 업무 범위와 한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한다”고 언급했다. 재발의된 법안에서는 업무 영역 침범 논란을 빚었던 ‘지역사회’ 문구 등 일부도 수정됐다.
간호협회는 성명에서 “이번에 새롭게 발의된 법안은 간호사 등 인력이 종사하는 분야를 열거함으로써 지역사회 돌봄사업 독점 등 법안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과 곡해를 원천 방지했다”며,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거부권을 명시했을 뿐만 아니라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거부자에게 징계 등 부당한 처우를 하지 않도록 규정함으로써 간호법이 다른 보건의료 직역의 업무를 침해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협회는 “간호법은 간호사가 다른 보건의료인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거나 지역사회에서 간호사만의 이익을 도모하자는 취지가 결코 아니며, 그럴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면서 “간호법 제정은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를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법규의 모호성으로 인한 갈등의 소지를 없애고 다른 보건의료인과의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4개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간호법안 추진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의료연대는 “폐기된 간호법안은 간호사가 의사 지도 없이 단독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국민건강위협법이자 약소직역 업무를 침탈하고 일자리를 빼앗는 생계박탈법,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학력을 제한한 한국판 카스트법”이라며 “폐기됐던 간호법안과 똑같은 간호사 특혜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이 간호법안 재발의를 독단적으로 강행한다면 즉시 간호법안 폐기 공동연대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이들은 예고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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