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이 만든 '디지털화폐' 내년 국민 10만명 써본다

금융당국과 내년 4분기 시행
은행 토큰, 상품권처럼 사용

한국은행이 내년 4분기에 일반인이 참여하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에 착수한다. 한은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함께 'CBDC 활용성 테스트' 세부 추진 계획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한은은 실거래 테스트와 가상환경에서 기술 테스트 등 두 가지를 진행한다. 우선 실거래 테스트는 일반 국민이 새로운 디지털 화폐의 효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바우처를 선보인다. 은행이 디지털 바우처 기능이 부여된 예금 토큰을 발행하고, 이용자가 이 예금 토큰으로 물품 등을 구매하면 사용처에 대금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현재 정부와 기업 등이 발행한 보조금, 상품권, 이용권 등의 바우처는 수수료가 높은 데다 정산 기간이 길고 복잡하며 부정 수급이 발생할 경우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갖춘 CBDC 기반 예금 토큰은 이런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데이터의 수집·검증이 자동화되고 사용처와 품목, 기한 등 지급 조건 설정과 대금 지급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중개 역할을 하는 민간 플랫폼의 개입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선보인 교육 지원 디지털 바우처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싱가포르 통화청이 교육 이수자에게만 교육 보조금이 지급되도록 CBDC 기반 디지털 바우처를 도입한 결과 바우처 청구·심사·승인·대금지급 등 일련의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고 부정 수급도 사라졌다.

한은, 금융위, 금감원은 유관기관 협의와 관련 법령 검토를 거쳐 내년 3분기에 테스트 참가 은행을 확정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내년 9∼10월께 일반 이용자 참가 신청을 받는다. 테스트 참가자는 최대 10만명 이내로 제한할 예정이다.

한은은 또 다른 테스트인 가상환경에서의 기술 실험을 통해 미래 금융시장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방안을 점검한다. 한국거래소와 협업해 CBDC 시스템과 외부 분산원장 시스템을 연계해 탄소배출권과 특수 지급 토큰 간 동시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