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태권도로 'K홀릭' 시대 만들자"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3. 11. 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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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보고대회 '원조 한류 태권도 리부팅'
전 세계 213개국에 전파돼
민간 외교관 역할 톡톡히
정작 국내에서는 외면당해
한류 전파 무기로 활용하고
UN 세계태권도의날 지정도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이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MBN 개국 29주년 보고대회 '원조 한류 태권도 리부팅' 행사에서 태권도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국가는 191개다. 그러나 태권도가 전파된 국가 수는 213개, 국기원 단증을 발급받는 국가 수는 203개다. 태권도는 말 그대로 한류의 원조와 다름없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라면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 이른바 'K홀릭' 시대. 그중에서 한국 문화가 세계를 대상으로 만든 첫 기적, 태권도를 한류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무대가 펼쳐졌다. MBN이 개국 29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가진 보고대회에서 국기원과 함께 '원조 한류 태권도 리부팅'을 화두로 신(新)한류 비전을 제시했다.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시원한 격파술을 선보인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으로 시작한 보고대회는 태권도의 위상과 잠재력, 영향력을 먼저 들여다봤다. 음악, 드라마, 영화, 음식 등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 열풍이 일고 있는 요즘, 태권도는 한류를 일으킨 뿌리로 꼽힌다.

주제 발표에 나선 남상석 국기원 태권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태권도의 세계화는 1959년 국군 태권도 시범단의 해외 파견부터 시작돼 이후 민간과 정부의 사범 파견이 이어지면서 불을 지폈다"며 "태권도가 각국에 퍼지면서 태권도 사범들이 민간 외교관, 한국의 홍보대사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해외 승·품단 심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MBN 29주년 보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한주형 기자

이를 통해 해외에서 태권도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긍정적이다. 국기원 태권도연구소가 최근 세계 각국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수련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3%가 '한국을 더 알고 싶다'고 답했다. 태권도 수련을 통해 체력이 좋아지고, 자신감을 쌓을 수 있다는 전 세계 수련생들은 나아가 한국 문화 자체에 호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태권도를 통해 관심을 가진 다른 문화의 폭이 넓지 않았다. 응답자 중 70.6%가 한국어, 66.7%가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가진 반면, e스포츠(45.9%), K팝(43.3%) 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남 수석연구원은 "태권도 수련생 중 40~70대는 한국 여행과 한국인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10~30대는 K팝 같은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보였다"면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알리고 있는 원조 한류 태권도를 이제는 한류의 전략적 무기로 사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MBN 발표자로 나선 오태윤 기자는 태권도가 K홀릭에 앞장서 나아가기 위한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전 세계 태권도 수련 인구가 2억명이다. 많아 보이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축구의 팬 숫자는 40억명에 이른다. 세계 상위 인기 스포츠 가운데 복싱, UFC 등이 격투기 종목 중에서 각광받지만 태권도는 없었다"면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지금보다 5배 늘어난 10억명의 태권도 인구가 채워지면, 태권도는 그야말로 K컬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올라간다'라는 뜻의 '태권도 RISE' 전략을 제안했다. 해당 제안은 △태권도의 기본정신을 유지하면서 지역(Region)을 겨냥한 현지 맞춤형 전략 △공적개발원조 중점협력국을 중심으로 태권도를 국제적(International)으로 자랑스러운 스포츠로 여길 수 있도록 지원 △주연으로 세우는 것보다 한국 문화를 더 알리는 조연(Support) 역할로 태권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 △유엔에 세계태권도의 날 지정을 추진해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Event)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보고대회에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이동섭 국기원장을 비롯해 김진표 국회의장,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태권도는 인성·예절 교육을 강조하는 등 교육적 가치가 있다. 최근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태권도 동상 제막식을 가졌다. 현장에서 무척 자랑스러웠다"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태권도에 무관심하다. 오히려 중국, 일본 등에서 서로 태권도의 원류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도전을 받았다. 정부가 앞장서서 태권도 위상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차관은 격려사에서 "태권도는 수많은 태권도인들의 노력 덕분에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이제 태권도는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걸 준비해야 한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도 태권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가상 태권도, 관람형 태권도 등 스포츠로서의 다양한 변화를 지원하고, 국가별 맞춤형 지원 사업으로 국기(國技) 태권도를 더 많은 세계인이 즐기고 수련하면서 사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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