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겨울이 한국에 찾아왔다…루돌프 닮은 ‘트리맨’ 보러갈까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11. 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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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타작가 2인 개인전
‘사슴 작가’ 나와 고헤이
코요테·오디오·스니커스 등
크리스털 조각으로 재탄생
히라코 유이치 개인전 ‘여행’
스페이스K서 내년 2월까지
친근한 트리맨의 숲속 여행
코헤이 나와의 ‘픽셀’ 연작. 크리스탈로 만든 의자와 닭, 코요테 모습이다. [페이스갤러리]
크리스탈 사슴으로 유명한 코헤이 나와(48), 친근한 트리인간이 숲을 여행하는 유이치 히라코(41). 세계의 아트페어에서도 수억원대 가격으로 완판되는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현대 미술 작가가 나란히 한국에 왔다. 루돌프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거리마다 볼 수 있는 겨울에 잘 어울리는 전시다.

나와의 개인전 ‘Cosmic Sensibility’는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내년 1월 6일까지 열린다. 회화와 조각, 설치, 무대 디자인, 건축까지 넘나드는 작가는 20여년째 선보이고 있는 대표작 ‘픽셀(Pixcell)’ 등 40여점으로 갤러리 3개 층을 채우는 ‘미술관급’ 전시를 연다. 시각적 왜곡과 변형을 통해 물리적 세계와 ‘나’의 관계를 고찰해온 작가다.

코헤이 나와의 ‘스파크(Spark)’ 연작. [페이스갤러리]
20일 내한한 작가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우주의 시각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작품들을 고민해왔다. 유기적인 생명조차 정보화가 될 수 있는 시대에서 발견한 것이 ‘세포’다.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명에도 리듬과 순환이 있다. 세포를 통해 생명체의 유기성을 표현하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1층의 ‘바이오매트릭스’ 연작은 첫 인상부터 형이상학적이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세포의 순환을 설치 작업으로 구현했다. 빛을 차단한 어두운 전시장에서 분수처럼 실리콘 오일의 거품이 솟아오른다. 나란히 놓인 ‘에테르(Ether)’ 연작은 중력의 지배를 받아 액체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튀어 오르는 모습을 오브제로 만들었다.

코헤이 나와의 오디오 모양 ‘픽셀(Pixcell)’ [페이스갤러리]
2층에서는 ‘픽셀’ 연작을 통해 크리스탈 조각으로 재탄생한 스니커스, 오디오, 닭과 부엉이, 코요테 등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녹여낸 새로운 픽셀 작업들이다. 작가는 “유리구슬을 통해서만 내부를 보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렌즈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현대인들은 모두 카메라 렌즈를 가지고 다니며 공유하지 않던가”라고 말했다.

3층에는 바이러스처럼 뿝리 솟은 거대한 검은색 조각이 걸렸다. 이 ‘스파크’는 ‘세포’에 몰두해온 그의 머리속 구상을 구체화시킨 신작이다. 탄소섬유 막대에 검은 벨벳을 입힌 칠흙같은 검정은 아니쉬 카푸어의 ‘반타 블랙’을 연상시킨다. 나와는 “큰 전시장에 다이나믹하게 세포의 에너지를 표현해보려했다”고 말했다.

나란히 걸린 ‘리듬’(Rhythm) 연작은 3D 레진을 벨벳으로 덮은 평면 작업으로 다채로운 변주가 이뤄진다. 작가는 “스파크는 균열과 비평화적인 상태를, 리듬은 고요와 평화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유이치 히라코 ‘Wooden Wood 49’ [스페이스K]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는 양말과 전구만 달면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할 것 같은 나무 머리 인간이 숲을 배회한다. 귀처럼 나무 가지를 양쪽에 꽂은 트리맨은 눈코입이 없어 표정을 읽을 수 없지만, 고양이와 개 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친근하기 그지없다.

11월 16일부터 내년 2월 4일까지 히라코의 개인전 ‘여행’은 회화, 조각, 설치 등 30여 점을 소개한다. 무라카미 다카시, 나라 요시토모 등 팝아트의 계보를 잇는 신진 작가로 도쿄 네리마 구립 미술관, 상하이 파워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연 바 있다.

작가는 동식물이 함께하는 풍경들을 소개해 왔다.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며 나아가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한다.

유이치 히라코 ‘Green Master 84’
일본 민속 설화의 나무 정령을 참고해 만들었다는 이 캐릭터에 대해 작가는 “2008년에 처음 고안한 캐릭터인데 초기엔 정해진 모양을 가지고 있지 않아 몸 전체가 나무이기도 했다. 여러 모양을 거쳐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캐릭터화가 되어 현재의 단순한 모습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숲으로 둘러싸인 일본 오카야마에서 자란 작가는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공원이 많은 런던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는 자연을 모방의 도시의 모습도 발견했다. 작가는 “도시의 자연을 지키기 위한 그 노력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새로운 발견의 계기였다”고 말했다.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는 2010년작부터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가로 4m가 넘는 대작과 설치 작업까지 다채로운 트리맨의 변신을 만날 수 있다. 고양이, 개, 새 등 식물들의 숲에 등장하는 동물의 의미에 대해서는 “자연에서도 인간과도 공존하는 동물들이 있다. 인간과 자연을 잇는 중간 존재로 등장시키고 싶어 표현했다”라면서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식물에 대한 친밀감이 높아지길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만화 왕국 일본의 작가답게 그는 “16세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등은 수백번을 돌려볼 정도로 좋아했다. 캐릭터가 직접 말을 거는 작업을 하게 된 것은 그 시절의 영향이 크다”라면서도 “캐릭터는 전달 매체일 뿐 만드는거 자체가 목적이면 안된다”라고도 털어놨다.

쉽고 친근한 도상으로 말을 거는 작품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거나, 달빛 아래 내일을 고민하기도 한다.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 큐레이터는 “그림마다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행하는 트리맨의 이야기는 열린 결말”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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