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우정·사랑 녹여낸 용광로

이동인 기자(moveman@mk.co.kr) 2023. 11. 23. 16: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겉바속촉(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 뮤지컬 '렌트'를 보고 난 뒤 소감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이 단어가 떠오른다.

그러나 뮤지컬 '렌트'는 매운맛과 쓴 비극에서 벗어나 사랑과 우정으로 희망을 찾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 펼쳐낸다.

뮤지컬 '렌트'에서는 에이즈에 걸린 앤젤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독특하며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년 2월까지 뮤지컬 '렌트'

'겉바속촉(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 뮤지컬 '렌트'를 보고 난 뒤 소감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이 단어가 떠오른다. 이야기의 겉을 감싼 소재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동성애, 마약 등이어서 결코 가볍지 않다. 집세도 못 내는 가난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상상하면 보통 극복의 스토리나 그 과정에서의 배신 등 '마라 맛'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뮤지컬 '렌트'는 매운맛과 쓴 비극에서 벗어나 사랑과 우정으로 희망을 찾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 펼쳐낸다. 다양한 캐릭터의 사연을 통해 젊은 시절 가난한 현실에도 절망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그래서 뮤지컬 '렌트'는 겉과 속은 다르지만 분명히 잘 어우러진 맛있는 어떤 음식 같다.

뮤지컬 '렌트'에서는 에이즈에 걸린 앤젤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독특하며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20년 넘게 김호영 배우가 맡아왔던 캐릭터로, 이번 시즌엔 가수 조권과 함께 더블 캐스팅됐다. "난 어릴 때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둘 다 했지롱"이란 대사에서 드러나듯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자신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1막에서 콜린은 강도를 만나 코트를 빼앗기지만 거리의 드러머인 앤젤에게 도움을 받게 되며 둘은 사랑에 빠진다. 콜린도 에이즈에 걸린 것을 알고 있었지만 둘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은 깊어진다.

청춘의 삶은 불안하고 힘겹지만 오늘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을 알려주는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은 곧 '렌트'의 세계관이 된다. '52만5600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1년의 시간'이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넘버 '시즌 오브 러브(Seasons of love)'는 가스펠 코러스로 마음속을 깊이 파고든다.

성소수자의 얘기를 다뤘다는 것만으로 인기를 얻는 작품이라면 1996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인기와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의 우정, 예술에 대한 고뇌, 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 등을 용광로처럼 녹여낸 것이 '렌트 헤즈(Rent Heads)'라는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모티브로 한 이 뮤지컬을 실제 작곡한 조너선 라슨이 공연 전날 3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져, 젊은 예술가의 삶이 더욱 애잔하게 느껴진다. 공연은 내년 2월 25일까지.

[이동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