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이준석 창당 전 묻고싶은 질문들

이지용 기자(sepiros@mk.co.kr) 2023. 11. 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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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부터 최근까지 국회 출입을 하면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몇 번 식사 자리와 인터뷰 기회가 있었다.

그때 이준석이라는 정치 장르가 보수진영에 갖는 효용성에 관한 질문을 한 기억이 있다.

이 전 대표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미스터 린턴(Mr. Linton)'으로 호칭한 것을 두고 정작 인 위원장은 '쿨'한데 마치 자기 아버지가 모욕이나 당한 것처럼 분개하고 있다.

그것은 이준석 신당의 기능적 쓰임새와 정치 효용성에 관한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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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에 줄곧 선 긋던 이준석
與에 돌연 시한부통첩 압박
준연동형비례 폐지 외치더니
'적의 칼'도 쓰겠단 것인지
수도권 신당서 TK출마 승부
신당 쓰임새 고작 反尹인가

지난 대선 때부터 최근까지 국회 출입을 하면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몇 번 식사 자리와 인터뷰 기회가 있었다. 그때 이준석이라는 정치 장르가 보수진영에 갖는 효용성에 관한 질문을 한 기억이 있다. 그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젠더 이슈 등은 화제성은 있지만 확장성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돌아온 대답은 "이제 그 이슈는 이준석이 독점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어젠다 설정 능력이 진보에 비해 보잘것없는 보수여당에서 그는 자신의 기능적 쓰임새를 알고 있었다.

그 덕에 당론만 좇는 붕어빵 같은 정치인 사이에서 싸가지는 없어도 독보적인 '이준석류'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새 국민의힘 안팎에서 이 전 대표를 둘러싸고 일어난 '싸가지론'이 부질없는 일이라 본다. 이 전 대표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미스터 린턴(Mr. Linton)'으로 호칭한 것을 두고 정작 인 위원장은 '쿨'한데 마치 자기 아버지가 모욕이나 당한 것처럼 분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인 위원장의 자기희생과 험지 출마 요구는 못 본 척한다. 이런 모순적 싸가지론 때문에 이준석 장르가 흥행된다.

나는 보수라고 참칭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작 이 시점에서 이준석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은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준석 신당의 기능적 쓰임새와 정치 효용성에 관한 질문들이다. 우선 이준석은 소위 '윤핵관'과의 갈등 후 줄곧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고 내부에서 싸워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하겠다고 말해왔다.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추가 징계를 받은 뒤에는 페이스북에 "어느 누구도 탈당하지 말고"라고 언급해 '신당 창당설'에 선을 그었다. 그러다 돌연 12월 27일까지 '당의 변화가 없으면'(윤핵관 퇴출이 없으면) 창당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징계 후에도 '당원 가입하기 좋은 날'을 외치던 이준석과 지금 이준석은 뭐가 달라진 건지, 당의 변화 요구가 왜 그런 '랜섬웨어' 같은 시한부 통첩이어야 하는지 배경적 서사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 야당이 탄생시킨 꼼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존속 시, 내년 총선에서 최대 수혜자는 조국 전 장관과 함께 이 전 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전 대표가 갑자기 신당 카드를 꺼낸 배경이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제 존속으로 기울어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보는 쪽이다. 이 전 대표는 작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목표 실현과 배치된다.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존속과 폐지 어느 쪽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적의 칼도 쓰겠다는 것인가. 신당 정체성과 직결된 질문이다.

끝으로 이준석은 어떤 희생을 감수하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자신의 것을 희생하면서 뜻을 관철시키려 한 정치인"이라며 "큰 것을 대범하게 걸 줄 아는 승부사적 기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승부수가 노원병 재도전일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구·경북(TK) 출마가 기정사실화됐다. 이건 이겨도 국민의힘과의 오기 싸움에서 이기는 거지 수도권 신당을 목표로 하는 가치의 승리로 남기 힘들다. 바라건대 이번 신당이 여당의 무능함과 야당의 뻔뻔함 사이에서 다른 선택지로서 증오밖에 남지 않은 정치판에 자극이 됐으면 한다. 그런데 신당 참여 선언 이전 그의 말을 뒤져봐도 이 지점의 오랜 고민을 발견하기 힘들다. 신당의 기능적 쓰임새와 효용성이 기껏 '반윤석열 당' 또는 '반윤핵관 당'인가.

[이지용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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