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끝나면 옆 학교에 방과후 수업 들으러 가요”···거점형 늘봄학교 가보니
지난 14일 오후 2시 경남 김해 장유면 삼문초등학교 정문 앞. 노란색 통학버스가 멈춰서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8명이 줄지어 버스에서 내리자 기다리던 자원봉사자 2명이 아이들을 교문 안으로 인솔했다. 이 아이들은 삼문초에 들어선 거점형통합돌봄센터 ‘늘봄 김해’에서 방과후 시간을 보낸다. 경남도교육청은 돌봄 대기가 많은 지역의 여러 학교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 돌봄과 방과후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거점형 통합돌봄센터를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삼문초 별관을 리모델링해 지난 9월 개관한 늘봄 김해는 최대 125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돌봄실 5개와 큼직한 실내놀이터, 과학실·피아노실·미술실 등 다양한 공간을 갖췄다. 인근 10개 학교 1~4학년 학생들이 방과 후 차량으로 이동해 돌봄교실에 머무르거나 방과후 프로그램을 듣는다. 웬만한 사설학원 부럽지 않은 시설을 갖춘 피아노실에서 피아노 수업을 듣던 정예원양(월산초 2학년)은 “월산초 돌봄 인원이 꽉 차서 여기로 왔는데 유치원 때 잠깐 했던 피아노를 다시 배우게 됐다”며 “삼문초에 오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놀다 보니 친해져서 새 친구도 생겼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방과후 프로그램과 틈새돌봄, 저녁돌봄 등을 강화해 올해 8개 교육청에서 시범운영중인 ‘늘봄학교’를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래도 ‘대기수요’를 다 소화하기는 어렵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8700명이 돌봄교실 이용을 원하는데도 입소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돌봄교실을 포기하고 학원 등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대기수요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늘봄학교 업무로 교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방과후 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는 거점형 돌봄 모델은 이런 문제들을 해소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공간이 부족해 돌봄교실을 확충하기 어려운 학교의 학생을 한곳으로 모으면 돌봄교실 대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많은 학생이 한데 모이면 다양한 방과후 수업을 개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삼문초에는 거점형 돌봄센터가 들어선 지난 2학기부터 방송댄스 등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새 프로그램이 개설됐다. 운영을 개별 학교가 아닌 교육청이 맡아 교사들의 업무가 늘어나지도 않는다.
학교가 아닌 지역의 민간 기관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듣는 사례도 있다. 이날 방문한 부산 금곡청소년수련관에서는 셔틀버스를 타고 온 초등학생들이 수영과 코딩 등 통합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학교 외부 시설을 활용하면 학교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수영 같은 수업도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수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역 대학과 협약을 맺고 초등학생들이 대학 코치에게 펜싱을 배우거나 경제학 전공 교수에게 금융 수업을 받는 방과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교에서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도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인공지능(AI) 코딩 기술을 활용해 풍차를 만드는 수업을 듣던 김지훈군(신금초 5학년)은 “학교보다 체험할 수 있는 게 많고 주말에도 나와서 놀 수 있어서 좋다”며 “다닌 지 1년이 됐는데도 지겹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예산과 인력이다. 경남도교육청이 거점형 돌봄센터 한 곳을 설립하는 데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40억원이 들었고 운영비만 한 곳에 매년 10억원이 들어간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시설을 갖추는 데 굉장히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또 많은 인력이 필요해 설립 요구에 다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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