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으로 산다는 것” 김창완, 경쾌하지만 깊은 ‘나는 지구인이다’[스경X현장]

김원희 기자 2023. 11. 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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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창완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열린 독집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김창완의 색다른 목소리가 공개된다.

김창완의 신보 ‘나는 지구인이다’ 발매 기자간담회가 23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진행됐다. 이날 편안한 웃음으로 등장한 김창완은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이번 신보부터 46년을 이어온 음악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천천히 풀어나갔다.

24일 음원과 CD, LP, NFC 카드로 발매되는 ‘나는 지구인이다’는 2020년 발매한 ‘문’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독집 앨범으로,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기존 발매했던 곡의 어쿠스틱 버전과 기타 연주곡 등 총 13곡이 담겼다. 타이틀곡은 그간 김창완이 해온 록이나 포크가 아닌 전자음악 사운드를 바탕으로 복고풍 정서를 담은 신스팝곡을 내세웠다.

먼저 김창완은 “세상이 험한데, 가수로서 무력감을 느낀다. 환경문제부터 전쟁까지 실시간으로 소식이 들려오는 게 잔인하기까지 하더라. 심지어 죄책감까지 느끼며 형편없었다”며 “그러다 문득 어느 새벽에 ‘아, 내가 여기서 태어났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는 지구인이다. 지구에서 태어났다. 여기서 자라고, 여기서 어슬렁댄다’ 하는 네 마디만 갖고 자전거를 들고 나섰다. 그 가사만 흥얼거리면서 두어 시간을 달렸다”며 “그걸 프로듀서에게 보냈더니 이렇게 테크노 팝처럼 만들어 보냈다. 한 두어 차례 공연에서 불러봤는데 좋아하시더라”고 신곡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가수 김창완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열린 독집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공개된 ‘나는 지구인이다’는 경쾌한 일레트로닉 비트에 동요처럼 쉬운 가사, 담담한 김창완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제목과는 반대로 지구를 바라보는 어느 우주인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묘한 매력을 선사했다.

김창완은 “가수 생활을 한 지 꽤 오래됐는데, 내가 만든 말에 내가 갇혀서 사는 거 아닌가 반성했다. 뭔가 변화된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색다른 시도를 한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처음으로 아침 방송에서 ‘나는 지구인이다’를 불렀다. 굳이 우울한 얘기는 하기 싫었는데 누가 댓글로 ‘노래가 왜 이렇게 슬프냐’고 하더라”며 “제가 정말 작업을 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벅차기도 하고, 너무나 일상이 돼버린 일상이 뒤집어 보면 진짜 기적 같은 나날이지 않나.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후렴구를 하다 보면 먹먹해진다. 기쁨에 벅찬 감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신곡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전했다.

이번 앨범은 40년 전 발표한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에 있기도 하다. 긴 세월을 건너온 이번 신보에는 그때와는 달리 두려움이 많아진 중년의 김창완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음악에 대한 신념을 가진 김창완도 모두 담겼다.

그는 “40년 전에는 굉장히 용감했다. 감히 고등어를 가사로 넣는다든지, ‘식어버린 차’ 같은 것도 클래식의 ‘크’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감하게 연주를 해본다든지 했다. 지금은 좀 안다고 할 만큼 익었음에도 늘 초조하고, 제일 마음에 드는 노래가 ‘이쁜 게 좋아요’ 정도”라고 말했다.

가수 김창완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열린 독집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신보에 실린 신곡 ‘이쁜 게 좋아요’는 동요풍 멜로디에 “아무것도 나는 필요 없어요 / 세월이나 좀 잡아 봐요 / 활짝 웃는 꽃이나 좀 사다 줘요 / 이쁜 게 좋아요”라는 담백하면서도 시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그러나 이내 김창완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건, 마스터 녹음을 짧은 시간에 끝낸다는 것”이라며 특유의 음악 세계를 쌓아올 수 있었던 작업 방식에 대해 밝혔다.

그는 “음악이라는 게 사라지는 것이지 않나. 음악이 왜 좋냐고 하면 요새는 주저 없이 사라져서 좋다고 한다. 이것처럼 명징한 아름다움이 없는 것 같다”며 “여러 번 오버 더빙을 하면 사라지는 순간이 자꾸 벽돌처럼 박힌다. 요즘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귀에서 서걱거리는 노래가 너무 많다. 그게 싫어서, 어색하거나 틀린 부분도 있겠지만 그 사라지는 소리가 다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래 녹음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김창완은 앨범에 실린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기타 연주곡을 시작으로, ‘둘이서’ ‘식어버린 차’ ‘시간’ ‘이쁜 게 좋아요’를 선보이기도 했다. 잔잔한 클래식 기타 선율에 김창완의 매력적인 보이스가 어우러지며, 간담회장은 순식간에 소공연장으로 변했다.

김창완은 “‘수십 년 해온 노래 또 하네’, 저도 그렇게 느끼는데 듣는 분들은 오죽하겠나. 저도 물리는 노래를 안 물려 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정말 고맙다”고 소회를 전하며, “매일 어제의 내가 아니길 바란다. 이번 신곡을 만들 때도 내가 뭘 더 내려놔야 노래가 나올까 생각했다. 뭘 더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욕심이나 독단을 벗어나는 게 제가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라고 앞으로도 새로운 그만의 음악 세계를 예고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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