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에 없었던 이적…김강민을 난처하게 만든 SSG의 안이함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3년 동안 전신 SK 와이번스와 SSG 랜더스에서만 뛰었던 '2000년대 인천 야구의 상징' 김강민(41)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
원소속구단 SSG의 코치직 제의를 받고, 현역 연장 등을 포함해 고심하던 김강민은 이제 한화 이글스와 더 중요한 논의를 해야 한다.
한화는 22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2차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김강민을 지명했다.
김강민을 보호선수 35인 명단에서 제외했던 SSG는 당황했고, 곧 팬들도 구단의 안이한 처사에 날 선 비판을 했다.
"김강민과는 은퇴와 현역 연장, 은퇴식 시점 등까지도 논의하던 터라 타 구단에서 김강민을 지명할 줄은 몰랐다. 세대교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터라 김강민을 35인 보호선수 명단 안에 넣기도 어려웠다"라는 게 SSG 구단의 해명이다.
하지만, 팬들은 프로 입단 1∼3년 차, 그해 자유계약선수(FA), 외국인 선수는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할 수 없는 터라 실제 40명 이상을 보호할 수 있는 상황을 들여다보며 김강민을 보호선수 명단에 넣지 않은 걸 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꽤 많은 구단이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않았지만 은퇴 예정인 선수를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해 타 구단에 전달했다. 하지만, 김강민 이름 옆에는 '은퇴 예정 또는 논의 중인 선수'라는 표시도 없었다.
한화는 2차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에 정우람을 플레잉 코치로 선임하며 '타 구단의 지명'을 막았다.
SSG는 김강민 은퇴 논의에 관해서도 "은퇴식 시점 등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외부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다.
김강민의 2차 드래프트 이적을 막을 기회는 있었지만, SSG의 선택은 다른 쪽을 향했다.
김강민과 함께 'SK 왕조' 시절을 만들고, SSG에서 2022년 통합우승을 합작한 SSG 동료들은 용기를 내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현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광민과 포옹하는 사진을 올리며 SNS는 인생의 낭비라지만 오늘은 해야겠다.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잘 가요 형. 아 오늘 진짜 춥네"라고 썼다.
한유섬도 "이게 맞는 건가요"라고 날카롭게 물었다.
김강민의 야구 인생은 SK, SSG 야구단 역사의 축소판이다.
SSG의 전신 SK는 창단 첫해인 2000년 6월, 처음으로 '신인 선수'를 지명했다.
1999년에 지명한 2000년 신인 선수는 쌍방울 레이더스가 뽑았고, 쌍방울을 인수해 재창단하고서 2000년부터 KBO리그에 뛰어든 SK가 이들과 계약했다.
이승호, 박정권, 엄정욱 등 '2000년 신인'이 SK의 첫 신인이지만, SK가 직접 뽑은 신인은 2000년에 지명하고 2001년에 입단한 선수들이다.
2001년 드래프트 명단에 경북고 투수 김강민이 있었다.
김강민은 2001년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SK에 입단했다.
2001년에 KBO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 중 김강민은 가장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했다. 2022년에는 최고령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에도 올랐다.
23년 동안 한 팀에서 뛴 김강민을 이런 논란에 빠뜨린 구단을 향해 많은 베테랑 선수가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한화는 정상적으로 김강민을 지명했다. 그리고 김강민이 한화에서 뛰길 바란다.
손혁 한화 단장은 "내가 SK 투수코치로 일할 때 김강민의 기량, 리더십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현재 기량도 2024시즌 한화 외야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젊은 한화 내야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김강민이 선수로 우리 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설득해 보겠다"고 밝혔다.
고민할 시간은 많지 않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오는 25일 KBO에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한다.
한화는 김강민이 현역 연장에 동의하면, 김강민의 이름을 보류선수 명단에 넣을 생각이다.
25일 이후 김강민은 사실상 '한화 선수'가 된다는 의미다.
한화는 김강민에게 '현역 연장'을 요청할 명분이 있다. 하지만, 김강민과 곧 대화할 예정이라는 SSG는 2차 드래프트에서 타 구단이 지명한 선수에게 어떤 요구도 할 수 없다.
김강민은 2023시즌 종료 뒤 여러 고민을 했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현역 생활을 연장하는 것'은 그의 선택지에 없었다.
SSG의 안이한 대처가 김강민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한 셈이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주차요금 정산 중 기어 바꾸지 않고 내리다 50대 여성 끼임사 | 연합뉴스
- 머스크 "韓, 3분의 1로 줄어들 것…세계 인구붕괴, 장기적 위협" | 연합뉴스
- 허은아 "7월 김여사 전화 받아…한동훈에 대한 서운함 토로" | 연합뉴스
- '우울증갤'서 알게 된 10대에 수면제 주고 성관계…3명 구속송치 | 연합뉴스
- "나 인사팀 좀 아는데"…전직 노조간부 5억 편취 취업사기 구속 | 연합뉴스
- 민희진 "미행당해 경찰 신고도…끝까지 해보겠다" | 연합뉴스
- 청주 길거리서 60대 흉기 피습…경찰, 용의자 추적 | 연합뉴스
- 자녀 손잡고 필리핀서 입국한 30대 아빠 배낭에 30만명분 마약(종합) | 연합뉴스
- 98만원에 산 신생아 300만원에 판 브로커…2심서 형량 늘어 | 연합뉴스
- 학대받던 韓입양아 이젠 추방자 신세…CNN "수십년 악몽" 조명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