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억원 순방비 vs 7조원 투자유치…달라도 너무 다른 與野 손익계산
대통령실‧與 “성과 분명, 멈추면 오히려 손해”…내년도 증액 예고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평균 1개월에 한 번꼴로 해외 순방길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윤 대통령은 19개월 동안 16차례 순방을 떠났다. 단연 역대 대통령 1위다. 이토록 잦은 순방에 대한 여야의 손익 계산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야당은 올 한해만 578억원+a라는 막대한 혈세를 사용한 '호화 순방'이라며, 그에 따른 성과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통령실은 순방 예산의 100배 이상에 달하는 투자 성과를 내세우며 내년도 더욱 활발한 순방을 예고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19개월이 되는 오는 12월 말 기준으로 총 16번의 해외 순방을 가게 된다. 취임 1년차인 지난해 2~3개월에 한 번꼴로 순방길에 오른 윤 대통령은 올 들어 한 달에 한 번으로 빈도를 높였다. 지난 9월과 11월엔 한 달 내 두 차례씩 출국했다.
"도대체 어디에 그렇게 쓰나" "국가 위한 강행군 폄하 말라"
윤 대통령의 역대급 순방 빈도와 비용에 따른 여야의 시각은 극과 극이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순방 비용을 두고 번번이 충돌하고 있다.
야당은 윤 대통령 부부가 '호화 순방'을 즐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정상외교 예산은 총 578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당초 책정된 정상외교 관련 본예산(249억원)을 이미 소진해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329억 원을 추가로 승인한 결과다. 예산 대부분은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에 소요됐다. 야당은 이와 별도로 프레스센터 지원 등 88억원이 더 들었을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박근혜 정부 연 평균 182억원, 문재인 정부 연 평균 163억원인 데 비해 정상외교 예산이 폭등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1개국 당 문재인 전 대통령의 1.67배인 25억원을 사용하고 있다는 계산도 내놓았다. 정부가 내년엔 정상 외교 예산을 더 증액할 것으로 알려지는데,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사용한 817억원을 임기 절반도 안 돼 뛰어넘는 셈이다.
야당은 예산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지나치게 '불투명'하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선물비' 등으로 책정된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 전혀 검증되지 않고 있는 데다, 순방 때마다 동행하는 김건희 여사의 일정은 언론 취재에서부터 상당부분 차단돼 이후 사진만 제공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내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예산으로 347억3900만원을 편성하자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도대체 뭐 한다고 이렇게 들어가는지는 알고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자료를 좀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통령실와 여당은 야당의 셈법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표면적인 '숫자'로만 전임 정부와 비교하며 순방 손익을 섣불리 평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16일 예산 심사 차 국회를 방문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순방에서) 주로 많이 들어가는 항공료나 호텔 숙박비 물가가 다른 분야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본예산을 뛰어 넘은 예비비 또한 '부산 엑스포' 홍보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등 사전에 예정돼 있지 않은 행사가 생겨 불가피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산소위 여당 간사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역시 "코로나19로 인해서 그동안 활동 자체가 힘들었던 데 비해서 지금 정상 외교 필요성이 굉장히 많아져있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생각했을 때는 대통령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역시 "윤 대통령이 치열한 국제외교 무대에서 살인적 일정을 소화해가며 국익과 경제‧안보를 위해 뛰고 있다"며 "정상 외교를 자잘한 '가십'으로 폄훼해선 안 된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정상외교, 아무나 못 하는 것" "순방 성과 엉터리 부풀리기"
순방에 따른 실질적인 '성과'에 대해서도 여야는 정반대로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순방 비용 이상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9일 "그동안 순방을 통해 54억 달러(한화 약 7조원)라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며 "조금 순방 비용이 든다고 해서 이런 투자유치 활동을 멈추면 오히려 국가적 손해"라고 강조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정상외교라는 건 하고 싶어도 능력이 없으면 못 하는 것이니 너무 이상한 시각으로만 보지 말라"며 "(대통령이) 한번 다녀오실 때마다 엄청난 규모의 수출시장을 개최하고 있다"고 성과를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여당의 손익 계산은 완전 엉터리"라고 즉각 반박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21일 "대통령실이 투자 실적이라며 내놓은 상당 부분은 보여주기식 양해각서(MOU)이거나 기체결된 내용의 재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 5조원 규모의 카타르 LNG선 수주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민주당은 "'역대 최대'라는 LNG선 수주는 이미 지난달 성사되었고, 계약 주체도 카타르 에너지사와 HD현대중공업"이라며 "순방 성과 부풀리기"라고 직격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23일 통화에서 "순방 성과만 분명하면 많은 비용을 쓰는 데 이토록 비판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런데 취임 이후 지금까지 생각나는 성과가 하나라도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바이든-날리면 논란, 김건희 여사 명품 쇼핑 등 오히려 국격을 위협하는 요소가 먼저 떠오르지 않나"라며 "건전재정 강조하기에 앞서 대통령이 순방에 있어 허리띠를 졸라매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야당의 '순방 깎아내리기'가 과도하다. 마치 대통령 부부가 해외에 나가 망신을 당하길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만 순방 예산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선 "경제가 어려운 만큼 구체적인 비용이 계속해서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순방 성과를 떠나 국민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도착해 3박4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한 후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 다시 2박3일간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주력한다. 오는 26일 귀국하는 윤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과 13일 또 다시 국빈 방문차 네덜란드로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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