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산망 먹통 질타···권성동 “윤석열 정부 잘못만은 아냐”
“차관님께서 계속 하루 안에 복구됐다고 얘기를 하시는데 그게 맞아요?”(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실입니다.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서비스가 재개가 됐고요.”(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전산망 먹통’ 사태의 복구를 자신하던 23일 오전 여야 의원들의 휴대전화로 속보가 날아들었다. “조달청 나라장터 등 행정 전산망 1시간 불통.”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조달청 전산망이 또 1시간 동안 마비됐다. 이건 단순히 넘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복구가 이상 없이 완료됐다고 보고하시는 자리에서 또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데 누가 디지털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고기동 행안부 차관을 향해 전산망 먹통 사태에 대한 원인 파악과 대응, 보상방안 등에 대해 질의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전자정부 협약식 참석을 위한 영국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여야 의원들은 모처럼 한목소리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재난 대응을 두고 꼬리 자르기로 피해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적절한 보상 계획 등을 요구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이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전 정부를 끌어들여 물타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원인을 보니까 L4 네트워크 장비가 이상이 있어서 마비됐다고 하는데 네트워크 L4 장비가 왜 이상이 있었는지 아직 모르는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고 차관은 “그건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정보시스템 장애 예방 및 대응을 위한 매뉴얼이 있나”라고 물었다. 고 차관이 “보완해야 할 사항”이라고 답하자 “행정망 마비 사태가 이번 정부에서만도 벌써 세 번이나 발생했는데 왜 매뉴얼 수립을 안 했나”라고 질타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은 19일 ‘사고는 났지만 신속하게 움직여서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복구가 이뤄졌다’고 했다”며 “작년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윤석열 대통령은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언급했는데 이번엔 사과도 없고 평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디지털 재난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고 차관이 “피해의 여러 가지 확대 가능성, 지속성으로 봤을 때 그렇게까지는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답한 것을 두고도 질타가 나왔다.
보상계획에 대해서는 임호선 민주당 의원이 “보상계획까지 마련할 계획인가”라고 묻자 고 차관이 “내용에 따라 저희가 적절히 조치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패치(업그레이드) 작업에 대해 “(사태 전날) 메인 시스템과 백업 시스템 패치를 둘 다 동시에 한 건가”라고 물었다. 용 의원은 고 차관이 “같이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답하자 헛웃음을 지으며 “누가 메인 시스템과 백업 시스템을 동시에 패치하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산망 관리 등에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며 대응 전문성 강화 등을 촉구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 정부라는 자긍심이 이번에 조금 손상이 된 것은 사실이지 않나”라며 “(전산망 관리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것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의해 된 것이지만 ‘어느 기업이 산다’ ‘더 큰다’는 차원보다는 정말 뛰어난 기술이 있는 기업이 들어와야 된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정부만의 책임은 아니라며 전임 문재인 정부를 끌어들였다. 그는 “이것이 꼭 윤석열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라며 “물론 여기서 터지기는 했지만 과거에도 보면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초중고 온라인 수업 시스템이 마비됐고 2021년에 코로나 백신 예약시스템 접속 장애 등 여러 정부에서도 이런 사건이 터졌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의원들의 질의에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 차관은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전산망 마비 인지 시점과 보고 시간 등을 묻자 “저는 한 10시쯤 넘어서 인지했고 (장관한테는) 우리 디지털실장이 10시50분쯤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과는) 국정상황실에 계속 이 상황을 보고했다. 11시경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고 차관은 이후 “아까 장관님께 보고드린 시간을 10시50분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정확하게는 11시16분이었다”고 정정했다.
이상민 장관의 불참에 대해 야당의 비판도 나왔다. 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행안부 장관께서 영국 출장 때문에 참석을 안 하시고 차관께서 지금 답변하고 계시는데 현안질의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며 “이렇게 엄청난 시스템 장애 사태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대응하는 게 행안부인가”라고 질타했다. 행안위원장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이상민 장관 같은 경우 영국하고 전자정부 협약식 등으로 (출장을) 간다고 했다”며 “행정안전망이 잘못됐는데 만약에 이상민 장관이 거기를 안 가게 되면 대한민국의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서 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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