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아 너 왜 그대로냐" 류중일 감독 팩폭에 정신 번쩍... APBC 다녀온 국대 마무리, 또 일본 간다

김동윤 기자 2023. 11. 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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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정해영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호주전에서 역투한 후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류중일 한국 야구국가대표팀 감독.
"감독님이 귀국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너는 더 좋아질 수도 있는데 왜 그러냐'면서 대구에서 혼났어요. 그 말을 듣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죠."

류중일(60)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의 팩트 폭력에 국가대표 마무리 정해영(22·KIA 타이거즈)이 정신을 번쩍 차렸다. 일본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다시 훈련에 나선 정해영은 조만간 또 일본으로 가 2024시즌을 준비한다.

지난 20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을 마치고 일본 도쿄에서 귀국한 정해영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마무리캠프에 24일 합류해 시즌을 마무리한다. 예년과 똑같이 12월에 시즌 준비를 시작하지만, 한 가지 추가된 일정이 있다.

정해영은 2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12월 중에 5일 정도 일본 돗토리 트레이닝 센터로 가서 운동하는 법을 배워 오려 한다. 그전부터 해외로 나가 다른 훈련법을 배워 보려 했는데 이번 APBC 대표팀에서 최일언(62) 대표팀 투수 코치님이 같이 가보자고 센터 쪽에 추천해 주셔서 가게 됐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최근 정해영은 류중일 감독의 귀국 후 인터뷰에서 따로 언급돼 소소하게 화제가 됐다. 류 감독은 "정해영에게 (대구 캠프 당시) 정해영에게 프로에 처음 들어왔을 때랑 지금이랑 왜 기량이 그대로냐고 혼을 냈다. KIA에는 (유연성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기계가 있는데도 왜 안 하나 싶었다. 지금 던지는 모습을 보면 유연성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팔로만 던지는 느낌"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애정이 담긴 쓴소리였다. 류 감독은 "일본은 우리와 체형이 비슷한데 같은 구속의 공을 던져도 볼끝이 다르다. 구속은 결국 힘이 아니라 유연성에서 나오고, 일본은 골반, 어깨 회전근을 강화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고관절 쪽을 많이 움직이게 한다"고 설명하며 "팔로만 던지면 시속 150㎞를 던지지 못한다. 정해영, 문동주 등 이런 선수들이 유연성까지 갖추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내 훈련시설에 있는 돗토리 훈련 관련 장비. /사진=KIA 타이거즈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내 훈련시설에 있는 돗토리 훈련 관련 장비. /사진=KIA 타이거즈

류 감독이 말하는 훈련은 일본 돗토리에 위치한 한 트레이닝센터에서 하는 것으로 현재 KBO리그에서는 KIA와 NC 다이노스에서 도입해 활용 중이다. 단, 류 감독의 말처럼 정해영이 이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KIA 관계자에 따르면 오히려 정해영은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하는 선수 중 하나였다. KIA가 해당 센터로부터 2016년 도입한 뒤로 스프링캠프부터 정규 시즌을 거쳐 마무리캠프까지 투수 스케줄에 항상 껴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정해영이 이 훈련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 다만 성과가 두드러지지 못했고 정해영에 따르면 아버지 정회열(55) 동원대 감독이 돗토리 트레이닝 센터와 연이 있는 최일언(62)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코치에게 대회 전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부탁했다. 정해영은 일본에서 자신의 몸에 맞는 정확한 훈련법을 습득한 후 겨우내 광주에서 계속해 이 훈련을 병행할 예정이다.

프로 4년 차가 된 정해영에게 2023시즌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였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선동열 전 감독과 임창용도 하지 못한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초 2년 연속 30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전반기 24경기 3승 1패 1홀드 7세이브, 평균자책점 2.91, 피안타율 0.287로 크게 흔들리며 시즌 도중 2군행을 통보받기도 했다.

정해영은 "심리적인 부분이 컸다. 원래 몸이 늦게 올라오는 스타일인데 생각보다 더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져서 많이 흔들렸다. 어떻게 보면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한 해였는데 마음이 조급하다 보니 잘 안됐다. 더욱이 내가 흔들리면 팀도 같이 흔들리는 보직이라 팀에 미안하고 내 스스로 아쉬웠다"고 한 해를 돌아봤다.

서재응 전 KIA 투수코치와 함께한 한 달은 신의 한 수였다. 한 달간 밸런스를 잡는 데 초점을 맞춘 정해영은 7월 복귀 후 8경기 1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했다. 10월에는 더욱 물오른 직구 구위를 선보이며 15경기 2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하고 3년 연속 20세이브에 성공했다. 최종 성적은 52경기 3승 4패 1홀드 23세이브 평균자책점 2.92, 49⅓이닝 30탈삼진.

정해영은 "2군에 내려가서 서재응 투수코치님이랑 기초적인 것부터 다시 쌓았다. 직구 회전수가 지난해 좋았을 때는 2400rpm이 나왔는데 올해 2군에 내려가기 전 안 좋을 때는 2200rpm까지 떨어졌다. 서재응 코치님이 200rpm이나 떨어진 건 엄청 많이 떨어진 거라 하셔서 정말 열심히 했다. 복귀하고 나서는 2300rpm까지 올라왔고 타자를 상대로 많이 이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해영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호주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정해영(왼쪽)이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3 APBC 결승전에서 패전 투수가 된 후 최일언 투수코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렇게 시즌을 마무리한 후 참가한 APBC 2023은 정해영에게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대회였다. 정해영은 팀 동료 최지민(20·KIA)과 함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필승조 박영현(20·KT 위즈), 정우영(24·LG 트윈스)이 없는 대표팀 뒷문을 틀어막았다. 첫 경기였던 16일 호주전에서는 양 팀이 2-2로 맞선 9회초 2사 1, 2루에 등판해 1⅓이닝을 단 11구로 삼진 2개만 솎아내며 퍼펙트로 막아냈다. 18일 대만전에서는 한국이 6-1로 앞선 9회초 등판해 공 8개로 또 한 번 퍼펙트 피칭을 보였다.

딱 한 번의 경기가 그간의 호투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19일 일본과 결승전에서 한국이 3-2로 앞선 10회말 무사 1, 2루 승부치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되자 고의4구로 만루를 채워 병살을 노렸으나, 중견수 희생플라이와 끝내기 안타를 연속으로 맞아 단 4구 만에 3-4 역전을 허용했다. 결국 한국은 이번 대회 일본과 두 번의 맞대결 모두 한 점 차 석패를 당하고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정해영의 대회 기록은 3경기 1승 1패, 3이닝(23구)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0자책).

자신의 직구가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긴 했지만, 변화구 연마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 대회이기도 했다. 정해영은 "나는 내가 이야기보다 직접 보고 던지면서 느끼는 편이라 이번 APBC 대회에서 던진 3경기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며 "변화구는 내가 항상 풀어 가야 할 숙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번 APBC에서도 내 변화구가 아직 엄청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서 슬라이더, 포크, 커브 등 내가 던지는 구종을 더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2월부터 시즌 준비에 들어가는 데 구체적인 계획은 계속 생각 중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면서 "올해 팬분들이 기대한 것보다 많이 못 해서 내게 실망하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몸부터 다시 만들면서 내년에는 무조건 안 다치고 잘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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