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왜 사과 아닌 평가만 하나”…행정망 마비 질타 쏟아낸 與野

이혜영 기자 2023. 11. 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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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현안질의서 안이한 대응·부실 예방 한 목소리 비판
與, ‘대기업 배제’ 재검토 강조…野, ‘카카오 먹통’ 사태와 비교
고기동 차관 “디지털 재난 아냐” 원인·재발방지·보상은 ‘빈손’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월2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야가 '국가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 한 목소리로 행정안전부를 거세게 질타했다. 행정망 마비 사태 책임을 묻기 위한 회의 진행 도중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가 1시간 먹통됐다는 악재가 더해지며 행안부를 향한 공세 수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행정망 먹통과 관련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사전예방 시스템 미비 등 총체적 부실 운영 실태를 난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카카오를 질타하고 공격했다"며 "전산망 마비는 카카오 먹통보다 더 중대한 사태인데도 대통령은 사과는 하지 않고 평가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이어 "(정부는 전산망을 관리하는) 중소업체 역량 문제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 꼬리를 자르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정부 행정 전산망 '새올지방행정정보시스템'과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24' 먹통 사태와 관련해 역대 정부에서부터 누적돼 온 문제의 결과라며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중견기업의 역량으로는 행정망 먹통 예방과 후속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깔린 것이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행안부는 피해 접수창구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데 일 터진 다음에 나 몰라라 한다"며 "카카오 먹통 때는 재난 문자를 보내놓고 이번엔 문자 한 건도 보내지 않았다. 축소, 은폐하려고 한 것이냐"고 일갈했다.

여당 의원들은 행정망 마비 사태에 대한 행안부 책임론을 지적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에만 책임을 물을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용판 의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디지털 정부라는 자부심이 손상되고 체면을 많이 구긴 것은 맞다"고 일침을 놨다. 김 의원은 행안부가 국민들에게 재난 문자를 발송하지 않은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면서도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 참가를 제한해 기술력을 떨어뜨린 문제"라며 대기업 참여 제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의원도 "2004년부터 20년가량 전자정부를 추진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정부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도 "이게 꼭 윤석열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초중고 온라인 수업 시스템이 마비됐고, 2021년엔 코로나 백신 예약 시스템 접속 장애 등이 있었다. 누가 집권했을 때의 문제라기보다는 20년간 누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조은희 의원은 현안질의가 진행되던 시각에도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이 먹통됐다 복구된 점을 언급하며 "오늘 조달청 전산망이 또 1시간 동안 마비됐다"며 "금방 복구됐으나 단순히 넘길 일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11월23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출석해 있다. ⓒ 연합뉴스

행안부 "디지털 재난 아냐"…원인규명·보상에 침묵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사흘 간 이어진 행정망 먹통 사태와 지난 22일에 이어 이날에도 전산망 장애가 반복되는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피해 확대 가능성과 지속성을 봤을 때 디지털 재난 수준으로까지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 차관은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수행 차 출국한 이상민 장관을 대신해 현안질의에 참석했다.   

고 차관은 "장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며 원인 규명이나 책임 소재, 보상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당시 카카오 측이 500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마련한 것과 유사한 정부 보상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에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라는 현상이 있었던 것"이라며 "저희도 '춘풍추상(春風秋霜·남에게는 관대하되 자신에게는 엄하게 대한다)'의 자세로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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