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V2 인터뷰]홍명보 감독, 챔피언 미소 "'선수빨'로 우승 못해, 스스로 약올림 대상 되기도"
[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2023년 오늘, K리그는 '홍명보의 시대'다.
지난해 '10년 주기의 대운'이 울산 현대를 일으켰다. 17년 만의 K리그1 우승을 선물했다. 그 여정은 올해 다시 이어졌다. 주기를 1년으로 단축시킬 것이라는 약속을 지켰다.
울산은 창단 후 첫 K리그1 2연패를 달성했다. 1996년, 2005년, 2022년에 이어 팀 통산 네 번째 별을 가슴에 품었다. 울산은 지난달 29일 대구FC에 2대0으로 승리하며 3경기를 남겨두고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1경기를 남겨두고 '터치다운'에 성공한 지난해보다 페이스가 더 빨랐다. 2년 연속 K리그를 제패한 홍 감독을 21일 울산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우승의 환희는 미소에서 묻어났다. 다만 감흥은 지난해와는 또 달랐다. "우승을 확정지은 후 A매치 브레이크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등으로 약 한 달 반의 시차가 있다. 그렇다보니 지난해보다 감정이 조금 덜 한 것 같다." 그래도 입가에는 한껏 여유가 흘렀다.
물론 그 순간을 잊은 것은 아니다. 챔피언의 감격은 여전히 달콤하다. 홍 감독은 "올해는 특별히 좋았던 게 홈에서 우승한 것이다. 그 날의 분위기는 강원에서 우승을 한 작년과는 분명 달랐다. 지금은 모든 것이 즐겁고, 재밌다"며 웃었다.
대세는 일찌감치 갈렸다. 울산은 개막과 함께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두 차례 6연승, 한 차례 5연승을 거뒀다. 반환점을 훌쩍 돈 21라운드까지의 울산의 전적은 17승2무2패였다. 하지만 굴곡은 있었다. 이후 우승을 확정짓기 전까지 13경기의 전적은 3승5무5패였다.
홍 감독은 "굉장히 힘들었다. 나름대로 리더십 공부를 정말 많이했다. 대중들이 나에게 느끼는 것은 카리스마다. 하지만 난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좀더 섬세한 것들이 있는데 밖에서 볼 때는 화내고, 욕하는 것들만 나온다"며 웃은 후 "그 전에 선수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과정도 있는데 그것은 재미가 없어서 안 나온다.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을 총망라해 지휘한다. 그래서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시즌 막판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 경기가 우리 팀에는 전환점이 됐다. 스리백 전술로 바꿔서 져서는 안되는 경기에서 승점을 따낸 게 우승의 동력이 됐다. 겸손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실수가 일어날 수 있고, 실수를 통해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 그전부터 알았지만 또 많이 느꼈다. 겸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을 바라보는 시각 중에는 '선수빨'이라는 시샘도 있다. 이 또한 더 이상 대수롭지 않다. "팀에 좋은 선수가 많으면 좋은 점은 훈련이 수월하다는 점뿐이다. 그것이 꼭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울산이 17년 동안 왜 우승하지 못했는지를 안에서 느꼈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년 동안 있으면서 응집력을 만드는 데 제일 많은 시간 투자를 했고, 결과를 냈다. 그것을 '형님 리더십'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형태의 울산에 맞는 리더십이 주효했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는 고려대 87학번 전성시대다. 홍 감독을 비롯해 LG트윈스의 29년 저주를 털어낸 염경엽 감독(프로야구), 정관장의 통합우승을 일군 김상식(프로농구) 감독이 동기다. 홍 감독은 "모두 교류가 있다. 상식이는 울산에서 밥을 함께했는데 우승 기 받아서 간다고 하더라. 우연찮게 셋이 정상에 섰다.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고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된다"고 미소지었다.
홍 감독은 20세 이하, 아시안게임, 올림픽, A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클럽팀은 또 다르다. 그는 "나도 이 팀에 와서 성장했다. 매일 보는 선수에게 맨날 동기부여를 줄 순 없다. 스스로 약올림의 대상이 돼야 한다. 첫 해는 경험적 측면에서 팀 문화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를 느꼈다면 지난해 본격적으로 칼을 댔다. 필요한 부분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반면 필요없는 부분은 단칼에 잘라냈다. 지금 우리 선수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다. 팀 문화를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미국월드컵 후인 1995년 프로스포츠 선수 첫 연봉 1억원을 찍었다. 올해 3년 재계약을 하면서 최초 '10억대 감독'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이것으로 인해 전환점이 돼서 좀 더 더 나은 것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면서도 "감독을 너무 오래하고 싶지는 않다. 여러가지 해 볼수 있는 것이 많이 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 번 정상은, 영원한 정상이다. 울산의 내년 목표는 K리그1 3연패다. 새 물결도 예고했다. "3연패에 대한 노력은 당연하다. 새로운 도전도 필요하다. 우리는 다른 팀에 비해 패배에는 더 혹독하고, 조롱거리가 된다. 빠른 축구를 통해 더 강해져야만 한다. 또 팀이 성장할 수 있는 유산을 만들기 위해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 그 철학에 맞게 선수 구성도 변화돼야 한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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