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집행유예 `채용비리`… 확정땐 회장직 상실

2심 법원, 함 회장에 징역 6월·집유 2년 선고
함 회장 측, 대법원에 상고 예정
확정시 회장직 상실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무죄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함 회장 측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심이 남아 있지만 1심 무죄 판결이 뒤집히면서 함 회장의 금융지주 회장 자격을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3일 함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함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시점인 2015부터 2016년에 하반기 하나은행장을 맡고 있었다. 함 회장은 당시 지인의 청탁을 받고 지원자의 서류 전형, 합숙면접, 임원면접에 개입해 불합격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인사 부서에 남녀 비율을 4대 1로 하고 남자를 많이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항소심 재판부는 함 회장이 2016년 채용 중 합숙면접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의 부정합격에 개입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또한 2015∼2016년 채용 과정에서 신입 은행원의 남녀비율을 4대1로 맞추도록 지시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의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함 회장은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아직 최종심이 남아 있다"며 상고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함 회장의 임기 중에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회장직을 잃게 된다. 함 회장은 2022년 3월 임기 3년의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에 중에 있는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부 규정에서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회장직 사퇴를 규정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앞서 법원은 지난해 3월 열린 1심 재판에서 함 회장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법원은 "성별 불균형이 관행적으로 이어졌지만 함 내정자가 채용과 관련해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함 회장이 추천 의사를 인사부에 전달한 것은 맞지만, 합격권이 아니었던 지원자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하나은행의 남녀 차별적 채용 방식이 적어도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지속됐다"며 "은행장들의 의사결정과 무관하게 시행돼 피고인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함 회장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작년 말 부회장에서 하나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날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됨에 따라 함 회장은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됐다.

2심 법원이 함 회장의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을 '혐의있음'으로 인정한 때문이다. 함 회장 측은 2심에 불복해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700만원이 선고된 하나은행도 1심 판결이 유지됐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