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전산망은 또 먹통, 이상민은 尹따라 국외로"
3일 간 이어진 '행정 전산망 마비' 현안 질의를 위해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야당은 주무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 질의를 피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영국 출장에 나섰다며 날을 세웠다. 정부가 복구를 선언한 지 사흘 만에 다시 전국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시스템이 20여분 간 먹통이 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23일 행안위에서 장관 대리로 참석한 고기동 행안부 차관에게 "이 장관께서 복구가 다 된 걸 확인하고 영국으로 출국했다는데 온당한 조치인가"라며 "국회 현안질의도 예정돼 있고 국민들한테 정확하게 원인 보고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도 이야기해야 하는 책임이 장관한테 있는 것 아닌가. 뭐가 급하다고 영국으로 갔나"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이 장관이 출국 명분으로 '디지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내세운 데 대해서도 "연기할 수 있는 일정 아닌가"라며 "저는 책임 회피를 위해 일종의 도피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인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날 아침 11시 반에도 주민등록 시스템에 장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도 이 장관을 대리해 참석한 고 차관이 이날 행안위에 주민등록시스템 먹통 사태는 빼놓고, 그 전 3일 간 발생한 행정 전산망 마비 관련 내용만 보고한 데 대해 "어제 (전산망이) 또 먹통이 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것까지 보고서에 들어와야 맞다"고 했다.
이 장관 출국에 대해 고 차관은 "당연히 국회를 존중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 (영국과의 디지털 협력 양해각서에) 대리서명이 되지 않고, 또 영국 내각부에서도 특별한 요청이 있었다"며 "그리고 (전산망이) 정상화된 것을 이유로 안 간다고 하는 것도…(부적절하다). 양국 간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 차관은 전날 발생한 주민등록시스템 장애에 대해서는 "서버가 구(區)에 있다"며 정부가 관리하는 전산망이 아닌 구에 있는 서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야당에서는 국가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이 민간에서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 당시와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윤 대통령이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직접 언급했다. 그때 난리가 났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의 행정 전산망이 마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카카오톡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질타하고 공격해 사태 발생 19일 만에 카카오톡 대표가 사퇴했다. (카카오가) 5000억 원 보상안도 제시했다"며 "(행정 전산망 마비는) 민간 기업 카카오톡 먹통과 비교할 수 없는 중대한 사태다. 정부가 본인들이 책임져야 될 일에는 너무 관대하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고 차관은 "카카오는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5일 동안 작동이 안 됐던 케이스"라며 "어쨌든 저희가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자세로 저희에게도 엄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행정 전산망 마비로 인한) 피해사실을 확인하는 센터를 설치하고 보상안을 마련하겠나"라며 "개별적으로 피해 입은 국민들이 알아서 하는 것 말고 정부가 계획을 세우시겠나"라고 물었다.
고 차관은 "그래서 여러 행정적 조치를 소급해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정부가 전산망 마비가 시작된 평일인 17일 수기로 접수한 전입신고 등 민원을 신청일 기준으로 소급 처리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한 일만 거론했다.
여당은 코로나19 팬데믹 유행 시기 일어난 전 정부의 행정 전산망 마비 사례를 끌어들여 방어에 나섰다. 재발방지 해법은 행정 전산망 사업에 대기업을 참여시키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2020년에 초중고 온라인 수업 시스템이 마비됐고 2021년에 코로나 백신 예약시스템 접속 장애 등 여러 정부에서도 이런 사건이 터졌다"며 "누가 집권했을 때의 문제라기보다 20년 동안 누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행정 전산망 사업에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제도의 결과에 대해서도 "2, 3 개의 중견·중소업체가 (행정 전산망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그 업체들은 거의 중견기업 수준으로 가고 새로운 신생업체나 기술력 있는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 L4 장비 OS(운영체제) 패치 작업을 주 사업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 하도급 주고 있다. 지금 하도급 업체는 죽어 가고 있다. '대기업에서 하청 받는 게 낫겠다'고 이야기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 차관은 "짚어주신 부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고 차관은 이날 현안질의 시작 전 '지방행정 전산서비스 장애 대응 복구 현황'을 보고하며 "이번 장애 발생으로 불편을 겪으신 많은 국민께 송구하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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