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조율로 인질 석방 늦어지는 듯…이스라엘은 휴전 목전까지 가자지구 공습
이르면 23일(현지시간)부터 개시되리란 기대가 나왔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인질 석방·휴전 합의가 최소 하루 더 늦춰졌다. 양측은 인질 명단과 이들의 이송 작업 등 세부 사항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오후 늦게 성명을 내 “인질 석방은 원래 합의안에 따라 시작될 것이나, 금요일(24일) 전까지 석방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네그비 보좌관은 석방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선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과 수감자를 주고받는 조건으로 나흘 동안의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이어 합의가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에 발효된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이르면 23일부터 인질 석방이 시작되리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이스라엘 시민이 휴전 합의에 대해 24시간 동안 법원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기한도 지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이날 이스라엘 측의 발표는 석방 시점을 둘러싼 기존 관측을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총리실 관계자는 “언론 말고는 23일 석방이 시작된다고 말한 사람이 없다. 불확실성에 처한 인질 가족들을 달래기 위해 금요일 이전엔 석방이 없단 점을 분명히 해야 했다”고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에 밝혔다.
인질 석방이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이 이어졌다. 안팎의 관측을 종합하면 양측은 풀려날 인질의 명단과 휴전 합의의 여러 세부 사항을 두고 막판 조율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이스라엘 관계자는 “양측이 아직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아 지연이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인질 석방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다. 하마스가 아직 인질 석방 목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합의안 중재국인 카타르에 있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고위관계자가 첫날 석방될 인질의 명단을 하마스로부터 건네받았는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는 전언도 나왔다. 이스라엘 측 관계자들은 그럼에도 합의안이 24일 오전부터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미국 또한 “최종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어 석방 절차가 24일 오전에 시작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성명을 내 “거래는 합의됐고 여전히 합의된 상태다. 당사자들은 첫날 인질 이송을 위한 최종적인 세부 사항을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미국 고위관계자 역시 “각 인질의 위치와 경로, 이동과 관련된 상세 내용을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를 더 기다리기로 했다”고 CNN에 밝혔다.
실행이 애초 기대보다는 늦어졌으나 합의가 최종 결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2일 밤 기자회견에서 “합의는 곧 발효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임시 휴전은 가자지구에 억류된 모든 인질 석방을 위한 한 걸음이며 우리는 군사 작전을 계속한다. 전쟁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인질 가족들의 불안은 다시 연장됐다. 딸과 여동생 부부가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간 한 남성은 “이런 우여곡절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 한 줄기 희망을 붙잡고 있었는데 다시 사라졌다. 이는 우리가 매일 겪는 심리적 공포의 일부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임시 휴전을 넘어 더 적극적인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다리를 잃고 치료를 위해 이집트로 이송된 모하메드 칼레드(13)는 “휴전 기간 4일은 숨진 이들을 매장하는 데만도 부족하다. 이번 일시 휴전을 영구적인 휴전으로 연장해 식량과 구호품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CNN에 말했다. 가자지구 남부 유엔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소년(17)은 “이번 거래는 휴전이 아니다. 군인들이 쉬는 시간일 뿐”이라며 축하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을 목전에 둔 이날까지 가자지구 공격을 이어갔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인질 석방·임시 휴전 합의가 체결된 지 몇시간 만에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폭격으로 일가족 52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일가족 52명이 몰살당했다”고 밝혔다. 중부 데이르 알발라, 누세이라트 난민촌과 남부 칸유니스에도 공습이 이어졌다. 특히 칸유니스 동쪽에서는 주택가 공습으로 최소 15명이 사망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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