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에 내년 정책모기지 50조→20조원 축소 검토
가계부채 급증에 정책모기지 올해보다 감소
공급 규모 올해보다 절반가량 줄어들 듯
가계부채 관리라는 특명을 받은 금융 당국이 내년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공급 방향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특례보금자리론‘이 내년 1월 종료되면서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수요자를 고려해 공급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축소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2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는 특례보금자리론 이후 정책모기지 공급 방향 설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금융 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 이후 정책 모기지 공급을 줄인다는 개괄적인 방향은 설정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모기지 공급 목표를 20조원대로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올해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는 50조원에 육박한다.
금융 당국이 정책 모기지 공급을 줄이는 것은 특례보금자리론이 최근 역대 최대로 불어나는 가계부채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 한파에도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연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9억원의 주택을 담보로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정책 모기지 상품으로, 올해 1월부터 내년 1월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판매된다. 39조6000억원의 공급 목표를 설정한 특례보금자리론은 고금리 시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다. 주금공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의 10월 말 기준 유효신청금액은 41조7000억원으로, 이미 공급 목표치를 넘어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금공과 ‘포스트 특례보금자리론’을 어떤 식으로 가져갈지에 대해서 긴밀하게 얘기를 하고 있다”라며 “(내년도 정책 모기지 공급을) 특례 보금자리론만큼 많이 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적정한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초기와 시장, 금리 등의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이를 고려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 이후 공급 규모가 줄어든 정책 모기지를 기존대로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으로 나눠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집값 6억원 이하, 연소득 7000만원(신혼부부 기준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정책 상품이다. 적격대출은 9억원 이하 집을 담보로 5억원까지 소득에 관계없이 장기고정 분할상환 대출로 빌리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이 상품들은 올해 특례보금자리론에 통합돼 판매됐다.
기존 정책 모기지 공급 체계로 돌아가더라도 대상, 금리 등 이용 조건의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 규모가 줄어든 만큼 서민과 실수요자에 집중해 상품을 공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인기를 끌며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을 초과하거나 주택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는 일반형 공급을 중단한 것처럼 정책 모기지의 이용 대상을 서민·실수요자에 맞게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접어들고 금리가 인상되자 정책 모기지 수요가 급감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기존대로 정책 모기지 요건을 정하더라도 수요가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한파와 금리 인상 등이 겹치자 ‘오픈런’을 하던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 수요가 크게 줄었다”라며 “내년 부동산 시장과 금리 추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책 모기지도 어느 정도 금리가 있다면 수요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 다른 정책 프로그램과의 관계를 고려해 정책 모기지 공급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내년 1월 이전에는 발표하겠다”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전자, 中 반도체 공장 노후장비 매각 시동… “방안 모색 초기 단계”
- 40주년 앞둔 쏘나타, 얼굴 바꾸니 美 판매량 급증
- [단독] 14년 우여곡절 끝에 운항 멈춘 한강 유람선 아라호, 8번째 매각도 유찰
- 축구장 100개 규모 연구소에 3만5000명 채용하는 화웨이… 노키아·에릭슨·삼성전자는 감원 바람
- 현대건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 원전 설계 계약 체결
- “올해 핼러윈 가장 무서운 영상”… 외신도 놀란 현대차 로봇
- WBC 한국팀 괴롭힌 마법의 진흙… “야구공 점착성·마찰력 높여”
- 치킨업계 1·2·3위 얼굴, 한달새 모조리 바꿨다… ‘치킨왕’ 자리 놓고 스타마케팅
- [美 대선] 美대선이 시작됐다, 시나리오는?
- 최태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많은 기술 보유…AI 흐름 타고 성과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