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은 미드필더, 소속팀에서는 최전방, 대표팀에서는 레프트백? 축구 ‘이도류’ 시도하는 독일 하베르츠
독일 미드필더 카이 하베르츠(아스널)가 축구의 ‘이도류(二刀流)’에 도전한다.
하베르츠는 지난 19일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튀르키예와 친선 경기에서 다소 낯선 위치에 섰다. 독일 대표팀에서 공격 성향이 강한 주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그는 이날 왼쪽 수비수로 나섰다. ‘수비수’ 하베르츠의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하베르츠는 63차례 볼을 처치하면서 볼 클리어 5회, 경합 승리 5회(100%), 가로채기 2회 등 수비적인 능력 뿐아니라 전반 5분 선제골 포함 상대 박스 볼터치 4회, 슈팅 3회 등 공격 본능도 과시했다. 이날 독일은 2-3으로 패했다. 2-2에서 하베르츠가 박스에서 파울로 내준 페널티킥이 결승골이 됐다.
“유로 2024에서 하베르츠가 독일의 레프트백으로 뛰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는 현지 매체의 다소 이른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하베르츠의 도전 의사임을 밝히면서 “하베르츠가 항상 이 위치에 서지는 않을 것이다. 하베르츠는 좋은 능력을 갖춘 선수이고, 포지션 변화도 좋은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그가 뛰는 레프트백은 고전적인 역할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베르츠가 유로 대회에서 핵심 역할을 잡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낯선 포지션을 아주 잘 소화했고, 오늘 최고의 선수였다”고 칭찬했다.
양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탁월한 드리블러인 하베르츠는 독일 대표팀 선배 미하엘 발라크, 메수트 외질 등과 비교될 만큼 재능있는 미드필더다. 2020~2021시즌 레버쿠젠(독일)에서 첼시(잉글랜드)로 이적했고, 올 시즌부터 아스널에서 뛰고 있다.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 역시 하베르츠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한다. 왼쪽 측면이 주된 포지션이지만, 지난 8월 커뮤니티쉴드 결승에서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최전방으로 뛰었고, 마르틴 외데고르가 부상 당한 상황에서 그의 공백도 메우고 있다.
다재다능한 선수가 비슷한 포지션 내에서 조금씩 다른 역할을 맡기는 하지만, 하베르츠처럼 극과 극의 포지션에서 뛰는건 흔치 않은 케이스다. 하베르츠는 22일 오스트리아전(0-2 패)에서도 왼쪽 수비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독일이 연패에 빠지면서 하베르츠의 공격적인 재능을 엉뚱한 데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레전드 로타르 마테우스는 한 칼럼에서 “하베르츠가 많은 자질을 가진 선수지만, 이 포지션에서는 훈련 받지 않았다. 그 포지션에 문제가 있지만, 그 자리 다른 선수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전 아스날 수비수 윌리엄 갈라스도 “뭔가 매우 잘못됐다. 나겔스만 감독이 하베르츠를 선수로서 존경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클럽과 국가를 위해 하베르츠의 최고 위치를 찾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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