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시장안정화 조치 내년 말까지 연장…“내년에도 불확실성 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했던 시장안정 조치들의 운영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채권·단기자금시장이 안정됐지만, 내년에도 금리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3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현안점검·소통회의에서 채권·단기자금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과 채권시장 및 거시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금융위는 “올해 들어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시장안정 프로그램의 활용 수요는 지난해에 현저히 줄어들었다”면서도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곧 운영 기간이 종료되는 프로그램들의 운영 기간을 1년씩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는 내년 12월 말까지 운영이 연장된다. 채안펀드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우량채 매입을 위해 정부 주도로 83개 금융사들이 출자해 만든 펀드다. 최대 10조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도 내년 12월 말까지 운영이 연장된다.
금융투자업계가 공동으로 운영 중인 1조8000억원 규모의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매입’ 조치는 2025년 2월 말까지 연장된다. 5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은 예정대로 내년 말까지 운영된다.
올해 말에 기간이 종료되는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도 내년 6월까지 연장된다. 이에 따라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비율은 완화(100→95%)와 저축은행 예대율 제규제비율 완화(100→110%) 조치의 시행 기간이 6개월 더 길어졌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자금 조달 부담을 덜려는 조치다.
여전사에 대해서는 원화 유동성 비율규제 완화(100→90%), 여신성 자산 대비 PF 익스포져 비율 10%포인트 완화(30%→40%) 조치가 연장된다. 금융투자회사에 대해서는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자산 내 여전채 편입 비중 축소(12%→8%) 유예, 자사보증 PF-ABCP 매입 시 순자본비율(NCR) 위험 값 32% 적용 조치가 연장된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올해는 채권·단기자금시장은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신용경색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높은 점, 우량-비우량물간 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시장 안정을 중점에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등 통화정책 기조 전환의 여건은 갖추어져 가고 있으나, 각국 중앙은행들이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저금리, 유동성 과잉공급 시기에 누적된 금융 리스크가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시장 안정 기조가 확고히 자리 잡을 때까지 강화된 모니터링과 집중적인 시장안정 대응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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