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수능 부정행위 걸리자 “네 인생 망가뜨리겠다, 난 변호사”

김민제 2023. 11. 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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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한 수험생의 학부모가 수능 감독관의 학교로 찾아가 항의한 일로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수능 감독 선생님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고발 조치를 포함한 단호한 대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의 설명을 23일 들어보면, 지난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감독관으로 참여한 ㄱ교사는 한 수험생이 시험 종료 벨이 울린 뒤 답안지에 마킹 하는 것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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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위험하다]조희연 교육감 “고발 조치 포함 단호한 대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6일 오전 제주시 오현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1교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공동취재기자단 제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한 수험생의 학부모가 수능 감독관의 학교로 찾아가 항의한 일로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수능 감독 선생님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고발 조치를 포함한 단호한 대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의 설명을 23일 들어보면, 지난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감독관으로 참여한 ㄱ교사는 한 수험생이 시험 종료 벨이 울린 뒤 답안지에 마킹 하는 것을 봤다. ㄱ교사 외에 당일 시험장에 있었던 감독관 두 명도 같은 진술을 해 이 수험생은 부정 행위로 처리됐다. 다음날 해당 수험생 학부모는 ㄱ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가 항의했다. 서울교사노조는 “(학부모가 항의 과정에서)본인이 변호사라고 밝히며 ‘우리 아이의 인생을 망가뜨렸으니 네 인생도 망가뜨려주겠다’는 식의 폭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에도 이 수험생의 학부모는 학교 앞에 찾아가 ‘ㄱ교사 파면’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고 한다. ㄱ교사는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신청한 상태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수능 시험장에서의 부정행위 판단은 교육부 매뉴얼에 따라 시험 실내 감독관에 의해 현장에서 행해지는 공식적인 판단으로, 객관성과 엄격성 그리고 공정성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정행위의 판단에 이의가 있을 경우 공식적인 이의신청 절차를 밟으면 된다”며 “감독관의 신원을 개인적으로 확보하여 협박해 학교 앞에서 피케팅을 하는 행위는 매우 잘못된 이의 제기 방법이자 명예훼손, 협박 등의 범죄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수능 감독을 하다가 민원과 소송에 노출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집계를 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나 국민 신문고 등을 통해 접수된 2020학년도 수능 관련 민원은 290건이었다. 감독관의 태도나 시험의 미흡한 운영 등 ‘시험 당일 불편·불만’이 전체 민원의 37.6%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21년 11월 중·고등학교 교사 4819명을 대상으로 물으니 수능 감독을 기피하게 하는 이유로 가장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던 항목은 ‘과도한 책임’(97.8%)이었다. 본질적으로 대학의 학생 선발을 위한 제도인 수능을 치르다가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책임을, 중·고교 교사가 떠맡게 되는 상황에 불안이 큰 것이다. ‘현재의 수능감독 조건 하에 수능감독관을 모집한다면 자발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교사 90.7%가 “없다”고 답했다.

교원단체는 수능 감독관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수능 감독관 보호제도로는 평가원에서 수능 감독 업무를 수행하다가 발생하는 소송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감독관 전체를 배상책임보험에 가입시키는 제도가 있는데, 사후적인 소송 지원만으론 역부족이라는 게 교원단체 쪽 주장이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첨예한 수능 시험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부정행위 적발을 빌미로 교사를 개인적으로 위협하는 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당장 내년 시험에서 교사 개인의 신상이 노출될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수능 감독관의 개인정보 노출이나 수험생의 위협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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