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동 행안부 차관 "행정망 마비, 재난까지는 아니야"

김혜경 기자 2023. 11. 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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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서 행정망 마비 관련해 질타 이어져
'재난이냐 아니냐' 질문에…고기동 "재난 상황까지는 아니야"
재난문제 왜 발송 안했느냐 지적에…"카카오도 이틀 뒤 발송"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고기동(가운데) 행정안전부 차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23.11.23.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23일 최근 정부 행정전산망이 마비 사태와 관련해 '재난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차관은 이날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행정망 마비 사태를 재난으로 보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그렇게까지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먹통 사태는 재난으로 규정하고 재난문자를 발송했으면서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 때는 왜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는지, 이번 사태를 재난으로 보지 않는 것인지 등을 물었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 차관에게 "카톡 사태는 재난으로 규정했다. 당시 잣대로 본다면, 이번은 사실 더 중요한 재난으로 봐야 하는데, 행안부는 이게 재난안전법상 재난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 취하고 있다"며 "재난인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고 차관은 "장애 확대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봤을 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다음날 아침에 복구가 됐다는 상황도 고려했다"며, 재난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성만 무소속 의원은 "이번 사태는 재난 분야 위기관리 표준메뉴얼에 담긴 재난 유형 41개 중 정보통신사고에 해당한다고 보는데 정부는 이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고 하자, 고 차관은 "통신 분야의 매뉴얼로, 행정 전산망에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카카오 사태 때는 발송됐던 재난문자가 왜 이번 행정망 사태 때는 발송되지 않았는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 사태 때는 재난문자를 발송했으면서 이번에는 왜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고 차관은 "카카오 관련 재난 문자는 사고 이틀 후에 복구 과정에 대해 (알리는 내용의 문자였다)"고 답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어떻게 복구됐다는 문자도 발송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행정시스템 마비된 당일에도 7개의 재난문자 발송했다. 그런데 왜 이것은 안 했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고 차관을 질타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카카오 사태와 이번 행정망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강 의원은 "작년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윤석열 대통령은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며 "이번에는 정부 행정망 마비라는 더 심각한 사태인데 대통령은 사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이 장관은 영국 내각부와 디지털정부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지난 20일 영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현안질의도 예정이 돼 있고 국민들한테 정확하게 원인에 대해서 보고를 하고
또 재발 방지 대책도 얘기를 해야 되는 책임이 장관한테 있는 것 아니냐"며, "지금 행안부 차관이 이 자리에 나와 이 문제에 대한 현안질의 답변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 사태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행안부 장관이 영국 출장으로 참석 안하고 차관이 답변하고 있는데, 차관 답변 내용은 구체성이 있거나 책임성 있는 답변이 하나도 없다"며 "이 엄청난 시스템 장애 사태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안일하게 대응하는 게 행안부냐"고 질타했다.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행안부가 행정망 마비 사태 원인을 아직도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 안되고 있다. 결국은 이 사태의 GPKI의 인증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은 네트워크 장비 L4 스위치 장비를 교체해 해결을 했는데, 여전히 정확한 원인 규명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또 생기면 장비 교체하면 또 해결되는 것이냐. 전자장비 고장이 나면 스위치 껐다 켜는 그런 행태로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한 보상계획 미비, 디지털 장애 발생에 대한 매뉴얼 부재 등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편 이날 오전 조달청 전산망이 마비됐다가 1시간 만에 복구된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교흥 행안위 위원장은 "행정부가 대처에 있어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 복구 현황에 대한 보고도 성실하지 않고, 질의하는 시간에도 조달청 나라장터가 1시간동안 장애 발생하고. 어제는 또 다 복구됐다고 하면서도 전산망 문제 있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에 대한 수립을 행안부가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에 장애가 발생하며 접속이 중단됐다. 이어 같은날 오후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24'마저 멈춰서며 국내 온오프라인 민원서비스 발급이 올스톱됐다. 행안부는 다음날 18일 '정부24' 서비스를 재개하고, 19일에는 새올이 정상화 됐다고 발표했다. .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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