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에게 다가가고 싶다” MZ도 사로잡은 ‘69세’ 김창완, 전설은 현재진행형[SS현장]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저는 젊은이들이 왜이렇게 좋은지 모르겠어요.”
46주년을 맞은 밴드 산울림 출신 가수 김창완(69)은 과거의 영광에 갇혀있지 않고 여전히 자신을 낮추고 낯선 세계에 마음을 열었다. 그가 69세의 나이에도 젊은 팬층까지 흡수하며 ‘현재진행형 전설’이 될 수 있는 이유다.
23일 오후 2시 벨로주 홍대에서 김창완 신보 ‘나는 지구인이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2020년 발표한 ‘문(門)’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앨범으로 24일 발매된다.
타이틀곡 ‘나는 지구인이다’는 그간 김창완이 해왔던 직선적인 록이나 소박한 포크의 형태 대신 전자 음악 사운드를 바탕으로 복고풍 정서를 담은 신스팝 장르의 곡이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한 번뿐인 우리의 삶을 찬미하는 노래다.
이번 곡이 탄생한 계기에 대해 김창완은 “가수 생활을 꽤 오래 했는데 너무 동어 반복하는 거 아닌가 싶더라. 내가 만든 말에 내가 갇혀 사는게 아닌가 반성을 했다. 그러면서 변화된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뗐다.
어느덧 데뷔한지 46년이 된 가요계 전설이자 베테랑이지만 갈수록 뮤지션으로서도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간간이 곡을 발표도 했는데 K팝 열풍이라고 해도 사실 저희 같은 가수들한테는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 참 나약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그러던 와중에 환경문제, 전쟁 등 실시간으로 소식을 접하면서 잔인하기까지 하더라. 그런 환경에서 무력감을 느끼니 심지어 죄책감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곡을 통해 “지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이곳을 걷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를 전하고 싶었다”는 김창완은 “문득 ‘아 내가 여기(지구)서 태어났지’라는 생각이 어느 새벽 문득 떠올랐다. 그 주제를 물고 며칠 지냈다. 단순한 리듬, 가사의 두 소절을 가지고 시작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업템포의 일렉트로닉 비트에 실어 담담하게 노래하는 김창완의 목소리는 강렬하진 않지만, 동요처럼 쉽게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단순함 속에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선율과 가사, 김창완밴드의 키보디스트 이상훈이 들려주는 키보드 사운드, 그리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눈물을 흘리며 이 곡을 만들었다는 김창완은 “후렴구를 하다 보면 저절로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지금 지구에서 누리는 일상이 굉장히 기쁘고 벅차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은 총 13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타이틀곡 외에 12곡은 김창완이 연주하는 기타와 그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어쿠스틱한 곡들이 담겼다. ‘둘이서’, ‘누나야’, ‘식어버린 차’ 등 대부분 기존에 발표했던 작품 중에서 선곡이 이뤄졌으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과 동요풍 멜로디와 가사의 ‘이쁜 게 좋아요’는 ‘나는 지구인이다’와 더불어 이 앨범에 처음 수록됐다. 이날 현장에서 김창완은 직접 주요 수록곡들을 선보이며 앨범을 소개했다.
김창완은 1977년 동생 김창훈, 김창익과 함께 록밴드 산울림을 결성한 후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개구쟁이’, ‘찻잔’, ‘가지마오’, ‘청춘’, ‘회상’, ‘너의 의미’,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솔로 활동과 2008년 결성한 김창완밴드를 통해서도 꾸준히 신곡을 발표해왔다.
음악 외에도 오랜 기간 연기자로 TV와 스크린에서 활약해 온 김창완은 화가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다. 2000년부터 23년간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로 청취자들의 아침을 열고 있기도 하다.
김창완에게 오랜 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변화하고 가진 것을 내려놓으려 노력한다는 김창완은 “하루하루가 똑같다. 수십년 해온 노래 또 한다고 저도 느끼는데 듣는 분들은 오죽하겠나. 저도 물리는 노래를 안 물려 해주셔서 고맙다”며 “어제의 내가 아니길 바란다. 구태를 벗어 던진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뭘 더 내려놔야 노래가 나올까 생각하며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 뭘 더하려 한게 아니라 내가 가진 욕심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이야기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겨온 김창완은 최근 뮤지션으로서 공연 무대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지난 8월엔 인천펜타포트 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나서는가 하면, BTS 뷔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이 기획한 유튜브 음악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에도 출연하며 젊은 음악 팬들과도 소통하고 있다.
김창완은 젊은 세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꾸준히 이들과 음악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저는 나이든 사람한테 할 얘기가 없다. 왜 이렇게 젊은이가 좋은지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어릴 때부터 자유를 외치며 커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얼마나 갇혀있고 얼마나 고집스럽고 폐쇄적인 사람인지는 스스로가 잘 안다. 그에 비해서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굉장히 양심적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알고 시야도 더 넓다”며 “앞선 세대들에게 고맙다. 그들에게 제 얄팍한 경험에 비추어 조언하려 들지 않으려 한다. 내가 젊은이들을 그렇게 보지 않듯이 어른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걸 젊은 층도 아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창완은 이번 ‘사는 지구인이다’ 발매와 함께 오는 12월 13일에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크라잉넛과 합동 공연도 개최한다. 공연에 대해 김창완은 “장기하와 얼굴들, 크라잉넛 등과 투어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급하게 자리를 마련하면서 두 팀만 하게 됐다”며 “이번 펜타포트 공연을 하면서 페스티벌 관객이 물갈이 된 분위기더라. 더 많은 젊은층과 함께 시간을 갖고 싶다. 젊은 이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고 싶다. 작은 물꼬가 트이면 내년에는 더 큰 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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