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고 분명 얘기했어"··· 황의조 불법촬영 피해자, 카톡·녹취록 공개

황의조, 피해자와 통화에서 사과 의사 밝혀
"피해자 1명 더 있지만, 2차 가해로 연락 안돼"
황의조 측 "합의된 영상이었다" 주장

축구대표팀 황의조 불법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사무실에서 황의조 측 입장문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의조와 피해자의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불법촬영 혐의로 피의자 전환된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 씨가 "합의된 촬영"이었다고 주장하자, 피해자 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23일 오전 피해자 A씨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피해자는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고, 황 씨가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 황 씨 측은 입장문을 통해 "휴대전화를 숨길 필요 없이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을 했고, 여성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며 "황 씨가 동의 없이 불법 촬영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분명히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고, 촬영 사실을 알게된 뒤에 삭제를 요청했지만, 지속적으로 촬영을 했다"며 "황 씨는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증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 변호사는 황 씨와 피해자 간의 메신저 내용과 통화 내역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영상 유출 직후 황 씨와의 통화에서 "싫다고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A씨가 "불법 촬영을 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잘 마무리되면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황씨는 "최대한 막으려고 한다"고 말하며 사과했다. 황 씨는 통화를 종료한 뒤 약 2시간 뒤에 A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불법 촬영은 아니지만 (휴대전화를) 도난 당한 것은 내 부주의"라며 불법촬영임을 부인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황 씨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황 씨 측은 A씨의 신상정보 일부를 유포했다. 이는 2차 가해며 범죄 행위"라며 "현재 A씨 외에도 영상 유포 피해자 1명이 추가로 확인됐지만, 2차 가해로 인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씨가 월드컵 예선 중국전에 출전한 것과 관련해 축구협회 등도 2차 가해를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황 씨는 축구협회 규정인 '성폭력과 폭력, 품위훼손'을 위반했다"며 "축구협회 차원에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일 서울경찰청은 황 씨가 불법 촬영을 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피의자로 전환하고, 지난 18일 황 씨를 소환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황 씨는 조사 후 입장문을 통해 "해당 영상은 과거 황 씨와 교제했던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지만, 당시 연인 사이의 합의된 영상이었다"며 "황의조 선수는 영상을 소지하고 있지도 않고, 유출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경찰은 황 씨의 사생활 사진과 영상을 유포하고, 협박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는 황 씨의 형수 B씨를 검거해 서울중앙지검에 구속송치했다.

그는 자신을 황 씨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며 지난 6월 소셜미디어(SNS)에 황 씨와 다수의 여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황 씨의 형과 함께 황 씨의 매니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