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위기론 속 하이브의 고공행진…"확장전략 통했다"
[텐아시아=윤준호 기자]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들이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K-팝의 성장세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일거에 불식할 정도의 독보적 성과다. 특히 K-팝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나타내온 음반은 물론 음원 스트리밍 분야에서도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하이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정국의 솔로 앨범 ‘GOLDEN’은 국내외에서 판매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GOLDEN’은 발매 첫날에만 총 214만 7,389 장 판매됐다. 이는 대한민국 솔로 아티스트가 발매한 앨범 가운데 가장 많은 첫날 판매량이다. ‘GOLDEN’은 발매 직후 일주일 동안 243만 8,483장이 판매됐다. 이로서 정국은 초동(발매 첫주 판매량) 기준으로도 최고치를 기록한 대한민국 솔로 아티스트에 등극했다.
‘GOLDEN’은 K-팝 솔로 아티스트 앨범 최초로 미국에서 발매 첫 주에 2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GOLDEN’의 흥행 비결은 하이브 아메리카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양질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인 데 있다.
세븐틴의 신기록 행진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23일 발매한 미니 11집 'SEVENTEENTH HEAVEN'은 K-팝 사상 최초로 초동 5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 4월 발매한 미니 10집 ‘FML’의 성과까지 더하면, 세븐틴은 올 한 해만 1,600만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한 셈이다. 이는 그 어떤 K-팝 아티스트도 도달해 보지 못한 영역이다.
같은 달 13일 발매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이름의 장: FREEFALL'은 발매일로부터 일주일 동안 225만 장 팔렸다. 이로써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자체 초동 기록을 경신했고, K-팝 아티스트 중 데뷔 후 최단기간(4년 7개월)에 2개 앨범 연속 초동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엔하이픈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17일 발매된 엔하이픈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 ‘ORANGE BLOOD’는 발매 직후부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첫날 판매량만 138만 3,292장에 달해 전작인 네 번째 미니앨범 ‘DARK BLOOD’의 초동 132만여장을 뛰어넘었다.
하이브 아티스트들의 ‘커리어 하이’ 경신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음악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 의미가 크다. 여느 K-팝 기업들과는 다른, 디커플링된 양상을 나타내서다.
디커플링 현상은 하이브가 수년 전부터 가동해 온 확장 전략의 결과물이다. 하이브는 앞서 미국 이타카홀딩스·QC 미디어홀딩스 인수·합병,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의 합작 걸그룹 프로젝트 등을 단행한 바 있다. 최근엔 라틴 아메리카 법인을 설립하며 라틴 음악 시장 진출도 선언했다. 이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핵심 고객인 팬덤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의 신기록은 음원 부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르세라핌은 ‘Perfect Night’로 K-팝 걸그룹 중 처음으로 영어곡으로 멜론 '톱 100'과 일간 차트 1위에 올랐다. 뉴진스가 부른 ‘2023 LoL 월드 챔피언십’의 주제곡 'GODS'는 챔피언십 주제곡 중 뮤직비디오 조회수,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횟수에서 첫날 최다를 기록했다.
음반과 음원의 쌍끌이 효과로 하이브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그 결과 하이브의 올해 3분기는 역대 3분기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글로벌 진출이 일부 지역에 쏠려 있던 매출 비중을 전 세계로 다변화하는 결과로 환원된 것이다.
K-팝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하이브의 지속적인 시도는 디커플링 현상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꾸준한 인수합병(M&A)에다 글로벌 음악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최정상급 작곡가, 프로듀서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하이브만의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다. 특정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무관하게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시장도 하이브의 확장 전략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아티스트 IP가 다채로워지며, 인수한 미국 레이블의 음원 매출 기여도가 높아지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멀티 레이블과 인수 전략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대신증권 역시 최근 “구매력이 높은 서구권 시장에서의 수요가 높아 저연차 IP의 이익 성장이 경쟁사 대비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의 뛰어난 역량과 팬들의 지지, 그리고 전사적 차원의 확장 전략으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수립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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