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방정식 ‘조국 신당’…성공 가능한 ‘경우의 수’는?
변수는 ‘선거제’ ‘여론’ ‘사법문제’…측근들도 “확정 無”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비(非)법률적 방식으로 명예 회복할 길을 찾겠다."
총선을 5개월가량 앞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처럼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전 장관의 거취를 두고 정치권에선 비례신당 창당부터 송영길 전 대표와의 연대설까지 각종 시나리오가 우후죽순 나오는 분위기다. 다만 조 전 장관 측에선 여전히 어떤 결심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원내 의석수를 확보하기 위해선 '선거제도', '국민여론', '사법리스크' 등 각종 변수가 존재해서다.
'10%대' 인지도에도 '사법리스크' 오리무중
조국 신당의 성공 여부를 가를 첫 변수는 '선거제 개편'이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로 총선을 치를 경우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 가능성은 높아진다. 신당을 만들어 본인들을 비례대표 후보 상위 순번에 배정하고 최소 득표율(3%)만 달성하면 원내 입성이 가능해서다. 반면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양당에 밀려 조국 신당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의석수 확보가 어려운 만큼, 조 전 장관이 출마한다 해도 무소속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조 전 장관이 몸담았던 민주당도 선거제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지도부에선 지난 총선에서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소수당의 원내입성 확대를 무산시켰다며 병립형으로 회귀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조국 신당 등의 출현에 경계하는 기류도 읽힌다. 반면 소신파는 대선 공약을 파기할 수 없다며 병립형 회귀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듯 조 전 장관도 "총선에서 민주당을 필두로 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당의 두 번째 변수는 '국민 여론'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조국 신당의 파급력이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공정(주) 조사(유권자 1001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선 13.8%, 미디어토마토 조사(유권자 1018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선 8.3%, 조원씨앤아이 조사(유권자 2018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에선 11.2%로 나왔다. 원내 진출이 가능한 최소 득표율은 넘긴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조국 신당의 인지도는 '문제없다'는 전망이다. 조원씨앤아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신당에 지지자를 빼앗겨 타격이 크다"며 "양당 모두 지역구보다 비례 의석에서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정치권에선 조 전 장관의 호남 지지세가 강한 만큼 호남에 지역구 후보를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조 전 장관이 호남에서 이재명 대표보다도 호감도가 높고, 윤석열 정부와 싸우는 이미지도 선명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조 전 장관의 '사법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현재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모펀드 관련 비리 등 13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중 8개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판결,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법률적 차원에서 여러 해명, 소명, 호소를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항소심 판결은 재판부에 따르면 총선 직전인 내년 2월8일경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1심 형량 유지, 집행유예, 실형 등 항소심의 재판 결과에 따라 조 전 장관의 출마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재판이 대법원까지 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도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무시한 채 총선에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길 없는 길…본인도 결정 못한 상황"
이처럼 경우의 수가 복잡한 만큼, 조 전 장관 측도 쉽사리 거취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 전 장관의 측근 인사는 시사저널에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이 인내심을 벗어나는 상황에서 조 전 장관도 어떤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신당 외에도 진보진영을 후방 지원할지, 본인이 직접 출마할지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있어 본인도 결정을 못한 상태다. 확정적으로 밝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실제 조 전 장관도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 '길 없는 길'이라 밝히며 각종 설을 일축했다. 그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송 전 대표와 '신당' 관련한 의논을 한 적이 없다"며 "특정인에게 신당을 위한 실무 작업을 맡긴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을 필두로 민주진보진영이 연대해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길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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